"마스크 의무화는 안돼"…경제재개 앞장 미 주지사 조치 논란

입력 2020-07-17 03:29
수정 2020-07-17 14:55
"마스크 의무화는 안돼"…경제재개 앞장 미 주지사 조치 논란

켐프 조지아주지사 '마스크 착용 의무화 금지' 행정명령 서명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는 가운데 한 주지사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못하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브라이언 켐프 미 조지아 주지사는 15일 밤(현지시간) 시 정부가 자체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방송이 16일 보도했다.

이 행정명령은 이미 조지아주 내 십여개 카운티와 시에서 시행 중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무효화시키는 것이다.

조지아주는 이미 전부터 카운티·시 등 하위 지방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주의 지침보다 더 강한 규제를 시행하지 못하도록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틀랜타 등 많은 시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억제에 필수적이라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을 물거나 심지어 징역형을 살도록 했다.

켐프 주지사의 새 행정명령은 이런 시 정부들의 자체 조치를 무효화하면서도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켐프 주지사는 최근 주 전역을 순회하며 주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실제 단속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의무화에는 반대해왔다.

"사람들이 옳은 일을 하도록 하는 데 명령은 필요없다"는 게 그의 논지다.

켐프 주지사는 경제 재개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 미용실, 이발소 등까지 한꺼번에 영업을 재개하도록 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행정명령은 조지아주에서 코로나19 사태 후 두 번째로 많은 3천871명의 신규 환자가 나온 날 내려졌다.

시장들은 주지사가 자신의 판단을 무시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지아주에서 마스크 착용을 가장 먼저 의무화한 서배너 시장 밴 존슨은 트위터에 "켐프 주지사는 우리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모든 남녀가 다 혼자 알아서 해야 한다. 과학을 무시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남아라"라고 비꼬는 글을 올렸다.

켐프 주지사의 이번 조치는 다른 공화당 주지사들이 마스크 의무화에 반대했던 기존 입장을 버리고 의무화에 나서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새로운 코로나19 확산지의 하나인 텍사스주가 지난 2일 얼굴 가리개를 의무화했고, 앨라배마주도 15일 더 늦출 수 없다며 공공장소에서 얼굴 가리개를 의무화했다.

애리조나주는 지난달 주 차원에서 마스크를 의무화하진 않았지만 카운티나 시가 의무화할 수 있도록 했다.

2018년 주지사 선거에서 켐프 주지사와 경쟁한 조지아주 민주당원 스테이시 에이브럼스는 켐프 주지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능과 부도덕의 선례를 따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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