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RNA 편집이 대세? 동물 뇌세포 변이 유전자도 복구
유전성 발달 장애 '레트 증후군' 생쥐 실험서 첫 성공
미 오리건대 연구진, 저널 '셀 리포츠'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백신 연구 동향을 다룬 뉴스에 요즘 'RNA 편집'이란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선두권의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가 임상시험 중인 백신 이름(mRNA-1273)은 노골적으로 mRNA(전령RNA)로 시작한다.
알고 보면 모더나(Moderna)라는 회사명도 모던(modern)과 리보핵산(RNA)의 합성어다.
RNA 편집(RNA editing)은, 합성이 완료된 RNA 분자의 특정 위치에 효소가 작용해 핵산의 삽입, 제거, 탈아민화 등이 일어나는 걸 말한다.
이렇게 되면 애초에 DNA에서 전사된 것과 다른 염기서열이 RNA에 생기고, 원래 코드와 다른 단백질이 형성된다.
생명체의 진화 등에서 중요한 작용을 하는 유전자의 가소성이 증폭되는 것이다.
이런 가소성의 증폭을 걱정하는 과학자도 없지 않다. 변화가 심한 만큼 잘못 건드리면 엄청난 부작용을 자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과 같은 진핵생물의 경우 mRNA 외에 miRNA(미세〃)·tRNA(전달〃)·rRNA(리보솜〃) 등에서 편집 현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신경질환을 일으키는 뇌 신경세포(뉴런)의 광범위한 유전자 변이를 복구하는 데도 RNA 편집이 유효하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소아 신경질환 '레트 증후군(Rett syndrome)'이 생기게 조작한 생쥐 모델에 실험했다.
이런 유형의 유전성 신경질환을 가진 동물 모델의 변이 유전자를 RNA 편집으로 복구한 건 처음이다.
미국 오리건대 보건과학대의 게일 맨델 선임연구원이 주도한 이번 연구 결과는 15일(현지시간) 저널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논문으로 실렸다.
레트 증후군은 X염색체에 존재하는 MeCP2 유전자의 이상으로 발달 장애를 일으키는 병이다. 환자는 대부분 1~2세 여자아이이고, 발생 빈도는 대략 1만 명당 1명꼴이다.
프로그램된 RNA 편집 기술은 주로 근육위축병이나 청력 상실 등을 치료하는 동물 실험에 적용돼 왔다.
이번처럼 RNA 편집을 뇌 신경질환에 적용하는 건 매우 도전적인 시도라고 한다. 뇌의 세포 이질성이 근육, 간 등의 조직이나 기관보다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맨델 박사는 "세 개의 명확히 다른 뉴런 군에서 변이한 MeCP2 유전자를 복구했다"라면서 "RNA 편집 요소를 확산 방식으로 적용하는 걸 상정하면, 뇌 전체에 작용하게 하는 것도 가능할 듯하다"라고 말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의 아드리안 버드 박사팀은 선행연구에서, 유전적 변이로 생긴 생쥐의 레트 증후군을 반전시킬 수 있다면서 인간도 가능할 거라고 제안했다.
이번에 레트 증후군이 생긴 생쥐를 실험 모델로 정한 건 버드 박사팀의 이런 보고와 연관돼 있다.
오리건대 연구팀은 RNA 편집을 통한 유전자 복구가 하나의 '개념 증명'으로서도 유망하다는 걸 보여줬다.
하지만 맨델 박사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이런 방법으로 레트 증후군 생쥐의 이상 행동을 실제로 고칠 수 있는지 검증하고, 유전자 복구의 효율성 제고 등을 확인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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