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주택 '혐한문서' 용납 불가…차별금지 룰 만들어야"

입력 2020-07-16 11:11
"후지주택 '혐한문서' 용납 불가…차별금지 룰 만들어야"

"비판 커졌지만 찬동하는 사람도…내버려두는 것은 일본의 수치"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의 상장기업 후지주택이 혐한(嫌韓) 문서를 배포해 재일 한국인 직원을 괴롭힌 사건에 관해 전문가는 일본이 차별을 금지하는 법규를 제대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16일 제언했다.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표현)에 맞선 비판적 저술 활동을 하는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 씨는 재일 한국인 3세 여성(이하 'A씨'로 표기)을 고용한 후지주택이 한국인을 '야생동물'에 비유한 문서 등을 사내에 장기간 배포한 것에 대해 "사주가 멋대로 사원에게 혐오 행위를 강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야스다 씨는 A씨가 후지주택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1심 판결을 계기로 이뤄진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일본에는 많은 외국인이 여러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며 후지주택의 행각이 "기업으로서 있을 수 없는 짓이다.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1심을 담당한 오사카지방재판소(지방법원) 사카이(堺)지부가 후지주택의 행위가 결과적으로 위법이라고 판결한 것은 의미가 있으나 배상액이 110만엔(약 1천237만원)에 그쳐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기업에 대한 제재로는 너무 약하다고 평가했다.



또 법원이 배포된 문서가 A씨에 대한 차별 조장 행위라는 점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은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응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재일 한국·조선인 등을 "심하게 인신공격하는 문언을 사용해 모욕"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원고(A씨)를 구체적으로 염두에 두고 기술한 것이 아니다"며 "원고 개인을 향한 차별적 언동으로 인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야스다 씨는 "일본에서 발생하는 헤이트 스피치는 특정 개인에 대한 것도 있으나 특정인을 의식하지 않고 하는 것도 많다. 재일 코리안에 대한 차별적 언동이나 시위·행진, 인터넷 게시물 등은 특정 민족이나 국적자 전체를 향한 경우가 많다"고 실태를 지적했다.

그는 1심 판결이 "이런 것들을 인정해도 되느냐 하는 논쟁을 낳는다"고 평가했다.



야스다 씨는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헤이트 스피치를 비롯해 차별 행위 금지를 전제로 한 법규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헤이트 스피치를 억제하기 위해 '본국(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향한 대응 추진에 관한 법'(이하 억제법)이 2016년 제정·시행됐다.

하지만 억제법에는 벌칙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야스다 씨는 "헤이트 스피치를 근절하도록 한 걸음 더 나아간 룰 만들기가 필요하다"며 "억제법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가와사키(川崎)시가 (처벌) 조례를 만드는 등 지역에 따라 조례 만들기를 진행 중이다. 일본 전체에서 그런 룰 만들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후지주택은 용서할 수 없는 기업이라는 목소리가 매우 강해졌지만, 이 기업에 찬동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은 것도 현실"이라며 "일본 사회가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를 제대로 해야 한다. 그냥 놓아두는 것은 일본의 수치"라고 덧붙였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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