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정부 "코로나 정보는 향후 복지부에 보고"…CDC 패싱 논란
15일부터 CDC 대신 보건복지부 시스템에 정보 보고토록 지침 변경
NYT "CDC로부터 정보통제권 빼앗아…'무시하라'는 지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정보를 앞으로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아닌 보건복지부(HHS)에 직접 전송하라는 지침을 일선 병원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CDC '패싱' 논란과 함께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HHS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15일부터 코로나19 정보를 '국립의료안전네트워크'(NHSN)사이트에 보고하지 말라고 안내했다.
NHSN은 CDC가 전국 2만5천여개 의료기관에서 정보를 수집하던 시스템이다.
정부는 그 대신 HHS가 새롭게 도입한 중앙시스템에 직접 보고하도록 했다.
일선 병원이 매일 보고하는 이 정보는 병원에 남은 병상과 인공호흡기 수를 포함해 코로나19 추적에 필요한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정보 수집 기관 변경을 통해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가 렘데시비르 같은 치료제나 보호장구 등 부족한 자원을 좀 더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HHS의 정보는 대중에 공개되지 않아 기존의 CDC 자료를 토대로 전망을 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리던 보건당국 관계자나 예측 모형 개발자 등 연구자의 연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비영리 민간 건강재단인 카이저 가족재단의 젠 케이츠 세계 보건 담당 소장은 "과거부터 공공 보건 정보는 CDC로 보내졌다"면서 "이번 공지는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픈 대중이나 기자들의 접근성은 어떻게 할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학교 정상화와 관련해 CDC를 공개 질타하는 등 최근 CDC와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에서 CDC를 '패싱'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CDC로부터 코로나19 정보의 통제권을 빼앗았다"면서 "일선 병원은 CDC를 '무시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이라고 평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이전부터 트럼프 행정부가 과학을 정치화하려 하고, 보건 전문가들을 폄훼한다며 우려를 나타내왔다.
앞서 미 전직 CDC 국장 출신 인사 4명은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어떠한 대통령도 트럼프가 한 것처럼 과학을 정치화한 바 없다'는 공동 기고문을 냈다.
이런 상황 속에 환자 정보 수집 기관을 CDC에서 HHS로 변경한 정부 조치는 '정치화'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와 관련 마이클 카푸토 HHS 대변인은 CDC의 체제가 부적절했으며 양쪽 시스템이 연계돼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CDC의 병원 정보 보고가 최소한 일주일은 뒤처져 있다"면서 "미국은 실시간으로 이를 파악해야 한다. 코로나19를 물리치려면 새롭고 더 빠르며 완성된 정보 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HHS의 분과인 CDC도 당연히 정부의 대응에 참여한다"면서 "다만 더는 이를 통제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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