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6개월] 혈장·항체 치료제 개발 속도…"끝까지 간다"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사람 대상 임상시험 초읽기
GC녹십자, 혈장치료제 임상 1상 면제 후 2상 준비
현재 30개 이상의 치료제 및 백신 제품 식약처와 사전상담 중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지속하면서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일상을 회복하고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기는 데에는 백신과 치료제를 신속하게 개발하는 방법뿐이라는 데에도 이견이 없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에 뛰어들었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기존에 허가받은 약물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새롭게 확인하는 약물 재창출 연구는 물론, 완치자의 혈장과 항체를 이용한 혈장 및 항체 치료제 개발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 국내서 임상 12건 진행…셀트리온·GC녹십자 등 초읽기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위해 승인된 임상시험 총 17건 중 12건이 진행 중이다.
치료제가 10건, 백신이 2건이다. 치료제는 기존 의약품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약물 재창출 연구가 많다.
백신은 국내 바이오 기업 '제넥신'과 미국 제약사 '이노비오'가 각각 개발한 후보물질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제넥신[095700]과 이노비오의 백신 후보물질은 모두 국내에서 첫 피험자 투여를 마쳤다.
국내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셀트리온[068270]의 항체치료제와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도 임상시험 초읽기에 들어갔다.
현재 셀트리온은 식약처로부터 항체치료제 임상시험 심사를 받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인체 대상 임상시험이 개시될 예정이다. 앞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임상 1상 시험 착수일이 '7월 16일'이라고 못 박은 바 있어 업계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다.
특히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는 미국, 유럽 등에서 유행 중인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화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은 연내 임상시험을 마무리한 뒤 내년 상반기 500만명 분량의 치료제를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GC녹십자는 아직 임상시험을 신청하진 않았으나 우선 18일부터 임상용 혈장치료제 생산에 나서기로 했다. 임상 1상이 면제된 상황이어서 신청과 승인 등의 절차만 마치면 신속한 임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에서는 GC녹십자의 혈장 치료제가 임상시험용 제제 생산 등을 거쳐 이르면 9월께 임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GC녹십자는 연내 임상시험을 마치고 국내 코로나19 중증 환자에 무상 공급할 계획이다.
◇ 칼레트라·하이드록시클로로퀸 모두 중단…美 모더나 백신 긍정적
해외에서는 1천건이 넘는 코로나19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지만 중단된 연구도 적지 않은 터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주목받았던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와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은 임상시험에서 유의한 치료 효과를 내지 못해 연구가 중단된 상황이다.
그나마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회복 기간을 31% 단축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전 세계에서 공식적인 코로나19 치료제로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에서도 특례수입으로 들여와 일부 중증 환자에 투여하고 있다.
오랫동안 써온 스테로이드 제제인 '덱사메타손' 등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미국 모더나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피험자 전원에게 항체가 형성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효과를 단언하긴 이르다. 의료계와 방역당국 모두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일부 변이를 일으킨 상황이어서 백신 개발 완료 시점에 얼만큼의 효과를 낼지 장담하기 어렵다.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까지 보고된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는 백신 효과를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아무리 일러도 백신은 6개월 뒤에나 나올 수 있으므로 그때까지 바이러스 변이 등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백신이 개발될지도 확신할 수 없다. 코로나19 이전에 유행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못했다.
◇ 정부 "끝까지 지원한다"…상용화 후 '어떻게' 쓸지도 고민해야
정부는 코로나19 종식을 위해서는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시급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을 "끝까지 지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다른 나라가 먼저 개발하더라도 우리의 독자적인 치료제와 개발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을 멈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우선 정부는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등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1천936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항체 및 혈장 치료제, 백신 등을 개발하는 기업의 단계별(1∼3상) 임상시험은 물론 전임상에도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식약처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의 임상시험 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임상시험 성공을 위해 컨설팅을 하는 등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30건이 넘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임상시험을 위해 식약처와 사전상담을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해외에서 개발한 백신과 치료제가 국내에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도 정비할 방침이다. 해외에서 사용되는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의 경우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인 '가교시험' 자료 제출을 시판 후로 유예하는 등의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정부와 기업이 신속한 개발과 상용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의료계에서는 백신과 치료제를 누구에게 '우선순위'를 줄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기본적으로 중증 환자나 노인 등 감염 후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에 투여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봤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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