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미·중 갈등에 말레이 "中, 4년간 89차례 영해 침범"
말레이시아 감사원 "해안경비대 루코니아 암초 상시 경비해야"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말레이시아 정부가 중국의 자국 영해 침범 관련 보고서를 내놨다.
15일 베르나마통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감사원은 중국 해안경비대와 해군 선박이 2016∼2019년 총 89차례에 걸쳐 남중국해의 말레이시아 영해를 침범했다는 보고서를 전날 발표했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작은 섬들이 산재해 있다.
최근 중국은 이곳에서 군사 활동을 빈번하게 벌이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감사원은 "4년간 영해에 침입한 외국 선박을 238차례 적발했고, 이 가운데 중국 해안경비대가 72건, 중국 해군 소속 선박이 17건이었다"며 "나머지 외국 선박은 어선이었다"고 밝혔다.
중국 선박들은 보르네오섬 말레이시아령 사바주와 사라왁주 해역을 침범했다.
감사원은 "중국 해안경비대·해군 선박이 말레이시아 영해, 특히 루코니아 암초(중국명 베이캉안사<北康暗沙>) 인근을 침범한 이유를 확인한 결과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한 행동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루코니아 암초는 말레이시아령 사라왁주에서 84해리(155㎞)밖에 안 떨어져 있다.
말레이시아 감사원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3일 성명을 통해 "남중국해 대부분의 해양 자원들에 대한 베이징의 주장은 그것들을 통제하기 위한 괴롭힘 활동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불법"이라고 비판한 뒤 하루 만에 보고서를 내놨다.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에서 말레이시아의 루코니아 암초와 베트남의 뱅가드만, 브루나이의 배타적경제수역에 대한 각국의 권리를 일일이 거론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음모를 꾸미고 선동하면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깨뜨리는 무책임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말레이시아 감사원은 보고서에 "우리 해군이 중국 침입 선박을 쫓기 위한 조치를 하고, 외교적으로 항의했음에도 중국 선박은 여전히 말레이시아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며 "이는 말레이시아의 영해 주권과 안보에 중대한 문제"라고 적었다.
감사원은 해안경비대가 해양 주권 수호를 위한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루코니아 암초를 상시 경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교부가 중국에 보낸 항의 서한이 2018∼2019년 5건에 불과하다는 점도 지적 사항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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