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충격에 전세→월세 전환 빨라진다…전셋값 상승도 계속

입력 2020-07-15 11:52
수정 2020-07-15 16:54
보유세 충격에 전세→월세 전환 빨라진다…전셋값 상승도 계속

집주인 주택임대차보호법 전월세전환율 어겨도 소송밖엔 방법 없어

(서울·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김동규 기자 =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늘린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에서 전세 아파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집주인들이 '세금 폭탄'을 떠안을 수 없다며 세금 인상분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이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품귀인 아파트 전세 물건은 나오기가 무섭게 사라지고 있고, 공급 부족에 전셋값도 계속 뛰고 있다.



15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를 월세 형태로 전환하겠다는 집주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정부가 작년 12·16 부동산 대책에서 보유세 인상을 예고하면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7·10대책에서 보유세 인상 폭이 당초보다 더 커지자 월세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들 얘기다.

이런 움직임은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마포·용산·성동구(마용성) 등을 중심으로 강하다.

서초구 반포동 B 공인 대표는 "최근 전세로 아파트를 내놨던 다주택 보유 은퇴자가 월세로 돌리겠다고 전화했다"며 "소득은 없는데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크게 올라 걱정이라며 월세를 모아 세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 집주인은 세금 걱정을 하면서도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양도소득세도 부담이어서 집을 팔지는 않겠다고 한다"며 "가능하면 보증금은 최소한으로 하고 월세를 최대한 받아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B 공인 대표는 "7·10대책 이후 전세를 반전세로 돌리겠다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종부세가 올라 세금 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 월세로 돌려야겠다고 해서 전세 물건을 반월세로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원래도 전세 물건이 정말 귀하고 없었는데, 그나마 있던 귀한 전세도 반전세로 돌리겠다고 하니 정말 전세 물건의 씨가 마르고 있다"고 했다.



전세 재계약을 서두르고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받는 사례도 있었다.

압구정동 H 공인 관계자는 "현대아파트 전용 84㎡ 전세의 경우 2년 전 보증금 6억원 정도 하던 것이 지금은 8억∼8억5천만원까지 올랐고 9억원에도 계약이 된다"면서 "2년 전 6억원에 전세를 놨던 집주인이 최근 보증금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월세로 90만원을 더 받고 싶다고 해 그렇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신고된 아파트 실거래 정보를 보면 7·10대책 발표 당일 마포구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 전용 84.9㎡는 보증금 3억원, 월세 140만원에 반전세로 계약이 이뤄졌다.

이 아파트 같은 평형의 임대차 계약을 살펴보면 5월에 보증금 8억7천만∼9억원에 전세 4건 계약이 이뤄진 후 2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반전세 계약이 이뤄진 것이다.

마포구 아현동 M 공인 대표는 "다주택자들이 정부 의도대로 집을 팔기보다는 보유세 인상분을 세입자들에게 전가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보증금 1억원당 30만원 수준으로 계산해 월세를 받아 세금을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지켜야 할 법규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집주인도 적지 않지만 이를 규제할 정부도 없다는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갑자기 전환할 때 지나치게 월세를 높게 받지 못하도록 전월세전환율을 규정하고 있다.



전월세전환율 제도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에 3.5%를 더한 만큼만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으로, 현재 기준금리가 0.5%여서 전월세전환율은 4.0%다.

예를 들어 보증금 5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증금을 1억원으로 낮추고 반전세로 돌린다고 했을 때 4억원의 4%인 1천600만원의 12분의 1인 133만원을 월세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계산식을 무시하고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50만원을 받는 집주인이 허다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과태료 규정이 없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세입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뿐이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는 물론 지자체도 이 규정을 어긴 집주인을 제재할 수 없어 결국 세입자는 대화로 해결하지 못하면 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

전세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전셋값이 더 오르고 세입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전셋값은 한국감정원 기준으로 7·10 대책 발표 이전까지 54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성동구 옥수동 W 공인 대표는 "전세를 찾아다니던 세입자들도 현장에서 전세 물건이 없는 것을 확인하면 어쩔 수 없이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반전세로 계약하는 수밖에 없다"며 "은행이자보다 비싼 월세를 내야 해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banana@yna.co.kr,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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