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우주협력 이상기류?…"달 프로그램 나토처럼 추진" 비난

입력 2020-07-15 11:05
미·러 우주협력 이상기류?…"달 프로그램 나토처럼 추진" 비난

러시아 연방우주공사 사장 작심 비판, 중국과 협력강화 모색하는 듯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난 20여년간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통해 협력 기조를 유지해온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 분야 관계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 측에서 미국의 달 복귀 프로그램과 관련해 볼멘소리와 비판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는 두 나라 협력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미국 우주비행사의 러시아 소유스 캡슐 이용이 미국 민간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유인 비행 성공으로 중단될 상황에서 나와 더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그간 러시아에 1인당 최대 8천600만 달러를 지불하고 미국 우주비행사를 ISS로 보내왔다.

러시아 이타르 타스 통신과 IT·과학 매체 '아르스 테크니카'(ars technica)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 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의 드미트리 로고진 사장은 지난 14일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와의 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이 ISS 협력 기간에 보여온 상호지원과 협력의 원칙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달 탐사 프로그램을 국제적인 것이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처럼 간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고진 사장은 "이는 미국 제일주의로, 다른 나라는 이를 지원하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솔직히 말해 우리는 이 프로젝트 참여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이런 발언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달 복귀 계획인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일본과 캐나다, 유럽국가의 우주 기관들과만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을 비판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NASA는 러시아와 달 궤도에 설치될 소형 우주정거장인 '게이트웨이'의 기밀실(에어 로크) 제작에 관해 논의 중이지만 논의만 될 뿐 합의와는 거리가 먼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고진 사장은 "인류의 우주 진출은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우주탐사는 달에서 시작되고 모든 탐사기술은 달에서 시험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미국인들에게는 이것이 정치적 성격이 더 강하다"고 했다.

로고진 사장은 미국 대신 최근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 탐사에 성공하며 우주굴기를 과시한 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중국의 성과를 존중한다"면서 중국은 "우리의 분명한 파트너"로 우주탐사 계획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우주탐사 계획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2030년대에 중국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내기 위해 10년 안에 장정 9호 로켓을 개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미국이 보안을 이유로 반대해 ISS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하고 독자적으로 우주정거장을 운용해왔다.

로고진 사장은 또 미국이 러시아 경제 제재를 이용해 민간 우주 운송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면서 "유감스럽게도 이 시장은 미국의 제재 정책으로 완전히 왜곡돼 있으며 시장 독점을 위해 러시아,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 파트너 국가들까지 옥죄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 러시아와 미국의 정치관계 악화에도 로스코스모스와 NASA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런 협력이 미래에도 지속하고 미국발 정치환경 악화로부터 영향을 덜 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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