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따블라디] 러 정교회 첫 동포 대주교 "韓선교 120주년 뜻깊어"
테오파니스 김 대한교구 대주교 "다양한 문화행사 펼칠 것"
[※ 편집자 주 : '에따블라디'(Это Влади/Это Владивосток)는 러시아어로 '이것이 블라디(블라디보스토크)'라는 뜻으로, 블라디보스토크 특파원이 러시아 극동의 자연과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러시아정교회 대주교 자리에 오른 최초의 한인 동포'
1900년 러시아정교회(正敎會·Orthodox Church) 소속 러시아인 신부가 당시 조선에 있던 자국의 신도들을 위해서 최초로 러시아 공사관에서 예배한 지 120년이 지났다.
이후 시간이 흐르며 점차 러시아 내 한인 동포사회의 영향력도 커졌다.
러시아정교회 내부에서는 상당한 위치에 오른 종교인도 나왔다.
러시아정교회 대한교구를 책임지는 테오파니스 김(44·속명 알렉세이 일라리오노비치 김) 대주교는 이를 상징한다.
1976년 1월 사할린에서 태어난 김 대주교는 2017년 10월 대주교 서품을 받았다.
현재 러시아 정교회 내에서 한인 동포로는 가장 높은 직위에 오른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한교구와 함께 시베리아 투바공화국 수도인 크즐교구도 함께 책임지는 김 대주교는 현재 크즐에 머물고 있다.
김 대주교는 20일 연합뉴스에 "사할린에 살던 10대 후반 우연히 러시아정교회 신자들을 접하면서 이전에 몰랐던 정교회의 세계를 알게 됐다"면서 "정교회를 알게 된 직후 성당에서 지내는 시간이 부쩍 늘었고 사제품까지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대주교는 2000년 9월 한국 내 러시아권 정교회 신도들을 위해 한국에 파견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는 한국 정교회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 뉴질랜드 관구의 관할 아래에 있었다. 2004년 한국관구로 독립했다.
한국에서의 다양한 신앙 활동이 결실을 보아 2006년 5월에는 서울시 명예시민이 되기도 했다.
이후 정교회 내부에서 경력을 쌓은 김 대주교는 2017년 10월 대주교품을 받았으며 2019년에는 남북한 내 러시아 정교회를 관할하는 대한교구 대주교로 임명됐다.
러시아정교회 내부에는 한인 동포들을 위한 자체적인 커뮤니티도 존재한다.
2001년 러시아정교회 내 설립된 슬라브-한인정교회신자협회는 한인 동포들을 통합시키자는 취지로 현재까지 다양한 교육사업을 실시하며 한인 동포들이 역사적 뿌리를 보존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김 대주교는 다만 "러시아정교회 내부에 한인 동포 신부 1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다민족 국가인 러시아에서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대주교는 그러면서 "올해는 러시아 정교회가 한국에서 선교 활동을 시작한 뜻깊은 해인 만큼 대한 교구에서 앞으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정교회는 여러 이유로 2018년 12월 주교회의(시노드)를 통해 싱가포르에 본부를 두고 동남아시아와 남북한에 있는 러시아 정교회 성당을 책임지는 동남아시아 총대주교대리구를 신설했다.
지난해 2월에는 남북한에 있는 러시아 정교회 성당을 관할하는 대한교구를 총대주교대리구 산하에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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