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야권 입법회 예비선거, 보안법 정국 속 '산 넘어 산'
후보군 좁히기 절차…투표율 낮을 경우 대표성 논란 가능성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홍콩 야권인 범민주진영이 이번 주말 입법회 의원 예비선거를 진행 중이지만, 여러 가지 난관에 부닥치면서투표율 저조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범민주 진영은 9월 입법회 의원 본선거를 앞두고 후보군을 좁히기 위해 11~12일 약 250개 투표소에서 일반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예비선거를 치른다.
이번 예비선거는 지난해 11월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범민주진영이 후보 난립과 표 분산 등을 막고 입법회 의원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처음으로 홍콩 전역에 도입한 것이다. 이를 통해 처음으로 야권이 전체 70석 가운데 과반을 차지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이번 달부터 본격 시행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비롯한 각종 악재들로 순조롭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예비선거 진행에 관여하는 여론조사업체 1곳은 지난 10일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경찰의 수색을 받았다.
투표장소로 쓰일 예정이던 구의원 사무실들은 건물주인 홍콩 정부 등으로부터 구의원 활동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임대계약 위반이라는 통지를 받았고, 홍콩 정부는 예비선거 관련 비용은 지원할 수 없다고 밝힌 상태다.
게다가 에릭 창(曾國衛) 홍콩 정치체제·내륙사무장관은 이번 예비선거가 홍콩보안법 및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속에 유권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체온검사 등을 거친 뒤에야 투표할 수 있다.
예비선거 주최 측인 베니 타이 홍콩대 교수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투표율이 낮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한편 예비선거를 위한 목표모금액이 350만 홍콩달러(약 5억4천만원)였는데 190만 홍콩달러(약 2억9천만원)만 모였다고 밝혔다.
이어서 "지난해 구의원 선거에서 야권을 지지했던 유권자(170만명)의 10%보다 투표참여가 적다면 후보들과 향후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율이 낮을 경우 젊은 층 참여 비율이 높아져 결과에 대표성이 담보되지 않고 급진적 후보가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비선거 후보간 토론 등에서 기존 야권 정당과 무소속 후보 간에 비방·내분 문제도 나오는 상황이다.
마웨(馬嶽) 홍콩중문대 교수는 예비선거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조용한 것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하는 홍콩보안법과 관련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야권 지지의 핵심 동기는 입법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해 홍콩보안법 통과를 막는 것이었다"면서 "법이 이미 실행된 상황에서, 입법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더라도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물음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예비선거에 출마하는 홍콩 민주화 인사 조슈아 웡(黃之鋒)은 "권위주의에 대항하는 기반을 강화하는 것은 항상 중요하다"면서 "예비선거가 홍콩의 마지막 자유선거가 될 수도 있다"고 참여를 호소했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