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직전 출장 떠난 벤츠코리아 사장 귀국할까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이 끝내 귀국하지 않고 5년 임기를 마칠까.
11일 수입차업계에서는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이 이례적으로 장기간 해외 출장 상태에 있다가 곧바로 다음 임지인 미국으로 떠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라키스 사장은 9월 1일자로 벤츠 USA 영업 및 제품 총괄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후임인 뵨 하우버 대표이사는 8월 1일 임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실라키스 사장의 한국 임기는 사실상 이번달 말까지인 셈이다.
2015년 9월 벤츠코리아 사장으로 부임한 실라키스 임기를 한국에서 마무리하려면 자가격리 2주를 고려할 때 늦어도 다음 주에는 귀국해야 한다.
벤츠코리아는 실라키스 사장 거취와 관련해서는 "출장 중"이라는 공식 답변만 내놓고 있다. 초기엔 실라키스 사장이 귀국해서 기자 간담회를 하며 소회를 밝힐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없던 일이 됐다.
실라키스 사장은 5월 27∼28일 검찰이 벤츠코리아 본사를 압수수색할 때 이미 국내에 없었다.
이에 앞서 환경부는 벤츠가 C200d 등 2012∼2018년 국내에 판매한 벤츠 경유차 12종 3만7천154대에 배출가스 조작 프로그램을 설정한 사실을 확인하고 최대 과징금 776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환경부는 벤츠코리아가 경유차 질소산화물 환원 촉매(SCR)의 요소수 사용량을 감소시키거나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가동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배출가스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당시 업계에서는 과징금 규모 뿐 아니라 벤츠코리아 사장 교체인사 내용과 시점이 화제가 됐다.
벤츠 본사가 환경부 발표 5일 전인 5월 1일에 실라키스 사장을 미국으로 발령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라키스 사장이 해외로 떠난 것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그는 5월 중순께 벤츠 본사가 있는 독일로 출국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요하네스 타머 전 총괄사장이 배출가스 조작으로 기소된 후 출장을 이유로 출국해서 귀국하지 않은 사례가 다시 거론됐다.
검찰은 타머 전 사장을 대상으로 범죄인 인도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타머 전 사장은 아예 퇴사했지만 실라키스 사장은 본사에서 영전시켰다는 점에서 뒷말이 더 많이 돌았다.
만약 실라키스 사장이 한국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지 않는다면 국내에서 '삼각별' 벤츠의 이미지나 실라키스 사장이 5년간 벤츠코리아에서 일궈낸 성과에 흠집이 갈 것으로 보인다.
실라키스 사장 재임 중 벤츠코리아는 4년 연속 수입차 업계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했고 한국은 벤츠 내 세계 5위인 주요 시장이 됐다.
또, 개인적으로도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서울시 명예시민이 될 정도로 한국 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한편, 벤츠코리아 외국인 경영진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애로를 겪고 있다.
신임 하우버 사장은 자가격리 중에 재택근무를 하며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며 실라키스 사장은 미국의 취업비자 제한 조치를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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