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만큼 안 주면 소송"…토종OTT-한음저협 '진흙탕 싸움'

입력 2020-07-13 06:05
"넷플릭스만큼 안 주면 소송"…토종OTT-한음저협 '진흙탕 싸움'

한음저협, 저작권료 갈등 끝에 OTT업계에 소송경고 내용증명

OTT 0.56% vs 한음저협 2.5%…정부 중재 불발, 법적 분쟁 비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웨이브와 왓챠플레이 등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음악 저작권료 문제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신산업에 대한 저작권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양측의 극한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위기에 처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음저협은 웨이브와 왓챠플레이, 시즌, 유플러스 모바일 등 국내 주요 OTT 서비스를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를 시정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조치에 착수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현행 저작권 관련법에 따르면 방송 사업자는 방송 콘텐츠에 삽입된 음악에 대한 저작권료를 한음저협에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신산업인 OTT는 음악 저작권료 지급에 대한 규정이 없어 실제 저작권료를 내지 않은 채 서비스가 진행 중으로, 이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한음저협은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기준 삼아 국내 업계에도 같은 수준의 저작권료를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음저협은 2018년부터 넷플릭스 국내 매출액의 약 2.5%를 음악 저작권료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OTT 업계는 현행 방송물 재전송 서비스 징수 규정에 비해 지나친 요구라며 반발하고 있다. 기존 국내 방송 사업자들은 방송 다시보기 서비스에 대한 방송물 재전송 서비스 징수 규정에 따라 매출액의 0.56%를 한음저협에 내고 있다.

따라서 국내 OTT 업계는 일단 이 규정을 기준으로 삼되 새로운 기준 마련을 위해 협상에 응할 수 있다고 했으나, 한음저협은 신산업인 OTT는 넷플릭스와의 계약이 '글로벌 스탠더드'인 만큼 이를 기준으로 삼자고 맞서는 상황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 양측의 의견을 들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심지어 이 자리의 성격을 두고도 OTT 업계는 정부의 공식 중재 시도로 받아들였지만, 한음저협은 단순 의견 청취라고 선을 그으며 소송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결국 소송까지 벌일 경우 사태가 장기화하고 서비스 불투명성이 커지면서 음악가는 물론 이용자까지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3년 내 국내 미디어 시장을 10조원 규모로 키우고 넷플릭스에 맞설 대항마를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 방안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OTT 업계 관계자는 "우선 현행 방송물 재전송 서비스 징수 규정대로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새로운 기준에 대해 협상하자고 요청했지만 한음저협이 거부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한음저협이 지나친 요구를 한 뒤 소송으로 가려는 일방적 움직임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음저협은 "국내 OTT가 뚜렷한 근거 없이 저작권 계약을 미룬 채 차별적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명백한 저작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뒤로 한 채 일반적인 협의를 하는 것은 앞으로 모든 음악 사용에 대한 위법행위를 정당화하는 오점을 남길 것"이라고 밝혔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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