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미중갈등, 비자제한까지…中유학생 급감에 美대학 비상

입력 2020-07-08 00:46
코로나에 미중갈등, 비자제한까지…中유학생 급감에 美대학 비상

유학생 3분의1이 중국인…시간대별 온라인수업, 현지 제휴대학 수업 등 고심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 대학들이 최대 수입원인 중국인 유학생 급감 전망에 비상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미중 갈등으로 가뜩이나 유학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미 이민당국이 '100% 온라인 수업'만 수강하는 유학생 비자를 취소하기로 해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미 대학들이 오는 가을 학기에 중국을 포함한 국제 유학생 급감에 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다수의 중국인 학생이 코로나19에 따른 여행 제한과 비자발급 지연, 미중 관계 악화 등으로 유학 계획을 연기하거나 아예 미국행 여부를 재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인 유학생 수 감소는 미 대학들에 상당한 재정 타격을 안길 전망이다. 몇몇 대학은 전체 재학생의 15% 이상이 국제 유학생이고, 전체 수업료에서 유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보다 더 높다고 WSJ은 전했다.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지난 2018∼2019학년 기준으로 미 대학에 등록한 국제 유학생의 34%가 중국 국적자로 그 수는 37만명에 육박한다.

미 상무부 자료를 보면 지난 2018년 외국인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학비와 생활비 등으로 지출한 금액은 총 447억달러(약 53조원)인데 이 중 3분의 1인 150억달러(약 18조원)를 중국인 유학생들이 썼다.

미 대학들도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유학생 비중이 25%, 특히 중국인 비중이 14%에 이르는 서던캘리포니아대(USC)는 가을 학기 원격수업을 진행하면서 각 학생의 시간대에 맞춰 온라인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해외 캠퍼스를 가진 대학들은 좀더 유리한 입장이다. 뉴욕대는 상하이 캠퍼스에 2천300명 이상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고, 아부다비에도 캠퍼스를 갖고 있다.

코넬대는 외국인 학생들이 해외 파트너 기관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명문 칭화대와 베이징대가 코넬대의 파트너 학교다.

다만 이 경우 다수의 서방 웹사이트 접속을 막는 중국 당국의 '만리 방화벽'(Great Firewall) 때문에 제대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중국 측과 오랫동안 유대 관계를 맺은 듀크대는 이 방화벽을 우회할 수 있는 자체 VPN(가상사설망)을 가동하고 있지만, VPN으로 서방 사이트에 우회 접속하더라도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또 과학 전공자들이 중국의 학교에서 대신 수업을 받으면 미국의 최신 실험실과 실험장비를 사용할 수 없고, 언론이나 정치학 전공자들은 중국의 민감한 현안에 대한 리포트를 써서 제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firstcir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