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경제 발목잡는 지독한 관료주의 이번엔 해결될까
관료주의 개혁법안 내각 승인…공공사업 입찰 간소화 등 뼈대
연정 내 견해차로 세부규정 합의 못 한 '절반의 개혁' 비판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화하려는 이탈리아가 고질적인 병폐인 관료주의 타파에 다시 도전한다.
이탈리아 정부는 6일 밤(현지시간) 내각회의에서 4시간 넘는 격론 끝에 행정 '단순화 법안'의 입법 추진을 승인했다고 현지 언론과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지난 십수년간 이탈리아 경제·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관료주의의 엉킨 실타래를 풀어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
170여 페이지가 넘는 법안의 뼈대는 일을 속도감 있게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공공사업의 경우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공개 입찰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대규모 사업은 입찰 절차를 크게 단순화했다.
공공사업을 추진하는 공무원의 직권남용 규정도 엄격하게 바꿨다.
일이 잘못될 경우 처벌받을 것을 우려해 사업 계약을 주저하는 사태를 막겠다는 취지다.
국가 행정의 디지털화를 위한 5세대 이동통신(5G) 인프라 구축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고자 이에 반대하는 지역 정부의 권한을 제한하고, 법인이 증자를 추진할 때 주주 4분의 3의 찬성을 요구하는 규정을 올해 말까지 폐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극복할 단기적 부양책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국가 행정 인프라의 틀을 바꿔보겠다는 복안을 갖고 이번 법안을 마련했다.
주세페 콘테 총리가 최근 이 법안에 "모든 개혁의 어머니"라고 의미를 부여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이 법안이 제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연립정부의 두 축인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과 반체제정당 오성운동은 지난 수주간 법안을 협의했다.
하지만 세부 규정에서 견해차가 커 큰 틀에서만 합의를 보는 것에 만족한 채 일단 협의를 마무리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반쪽짜리 개혁 법안"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성운동은 일부 규정이 입법 의도와 달리 공무원들의 부패를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탈리아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내각 시절인 2010년에도 당시 로베르토 칼데롤리 입법 개혁 특임장관(현 상원의원) 주도로 각종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는 개혁을 추진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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