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벌' 아프리카화 꿀벌 강한 공격성은 집단 유전 탓
미국 연구진, 개별 벌 유전자와 공격성 상관관계 없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살인벌'로도 알려진 아프리카화 꿀벌(AHB)의 공격적 성향은 개별 벌이 가진 유전자가 아니라 집단 내 유전적 특성에 더 강하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농무부 농업연구서비스와 어바나-샴페인 일리노이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생물정보학 교수 매튜 허드슨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푸에르토리코의 아프리카화 꿀벌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분석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아프리카화 꿀벌은 1950년대에 브라질에서 열대 지역 양봉을 위해 들여온 아프리카벌이 달아나 미주대륙으로 퍼진 양봉 꿀벌과 아프리카벌의 잡종으로, 매우 강한 공격성을 드러내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푸에르토리코의 아프리카화 꿀벌도 1994년에 화물선을 타고 들어와 번질 때만 해도 다른 아프리카화 꿀벌처럼 공격성이 강했지만, 현재는 상대적으로 온순해져 있다.
연구팀은 푸에르토리코의 유순해진 아프리카화 꿀벌을 통해 공격적 행동과 유순한 행동을 유발한 유전자를 가려내려 했다.
하지만 개별 벌의 유전자와 공격성 사이에는 특별한 상관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
꿀벌은 문지기 벌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가 침입자가 생기면 병정 벌들에게 방어에 나서도록 화학적 신호를 보내는데, 이때 병정 벌의 대응은 위협의 정도나 벌들의 공격적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병정 벌은 목표물을 향해 벌침을 쏜 뒤 죽어 벌떼의 공격성을 측정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연구팀이 9개 아프리카화 꿀벌 집단에서 벌집을 방어한 병정 벌과 약탈 벌의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에서는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장유전체연관성(GWA) 분석을 통해 공격성이 가장 강했던 집단과 약했던 집단을 비교한 결과, 집단 유전자와 공격성 간에 강한 상관관계가 드러났다.
허드슨 박사는 "대부분의 유전자는 아프리카화 꿀벌처럼 보였지만 유럽 꿀벌 유전자를 닮은 부분이 한덩이 있었으며, 꿀벌 집단 내 이런 유전자의 빈도가 벌들이 얼마나 유순해질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개별 벌의 유전자 구성이 벌떼의 공격성에 강한 영향을 주지는 않으며, 개별 벌이 속한 군집의 유전자 구성이 개별 벌의 공격성에 매우 강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같은 대학의 진 로빈슨 교수는 "인간과 동물의 많은 행동적 특성은 유전자 염기서열의 차이에 강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 개체의 행동은 주변의 다른 개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영향을 받는다"면서 꿀벌이 각 개체의 사회적, 기능적 역할이 정해진 특별한 협력사회에서 살고 있어 더욱 그런 영향을 받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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