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포츠 이용해 '흑백 문화전쟁' 도발하나

입력 2020-07-07 16:26
수정 2020-07-07 16:44
트럼프, 스포츠 이용해 '흑백 문화전쟁' 도발하나

인종차별 이름 바꾸려는 NFL·MLB 구단·나스카 흑인 레이서 비난

폴리티코 "선거판 열세 뒤집으려고 문화전쟁 택해"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종차별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스포츠팀과 스타들을 공격하고 있다.

그가 지지층인 '시골의 보수적 백인'을 겨냥해 스포츠계에서 '문화전쟁'(Culture War)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트위터로 아메리카대륙 원주민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인 팀 이름을 바꾸려는 미국프로풋볼(NFL) 구단 워싱턴 레드스킨스와 미국프로야구(MLB) 구단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비난했다.

그는 "레드스킨스와 인디언스는 (인디언이) 나약하지 않고 강하다고 (생각해) 정한 이름인데 이제는 정치적으로 올바르고자 이름을 바꾸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엘리자베스 워런을 비롯한 인디언들이 매우 화내야 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디언 혈통임을 주장해온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을 '포카혼타스'라고 부르며 여러 번 조롱해왔다.

그는 인종차별적 혐오범죄를 당했다고 주장한 나스카(NASCAR) 유일의 풀타임 흑인선수 부바 월리스와 나스카 측도 비난했다.

지난달 21일 윌리스의 차고에 올가미가 발견돼 연방수사국(FBI)이 수사를 벌였다.

올가미는 1900년대 초반 백인우월주의 집단이 흑인을 처형할 때 사용한 도구인 데다가 나스카가 노예제를 지지한 남부연합군의 깃발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월리스의 주장을 수용한 이후 올가미가 발견된 터라 혐오범죄라는 의혹이 일었다.



그러나 FBI 수사 결과 올가미 형태로 묶인 밧줄은 차고 문을 내리는 용도로 작년부터 매달려있던 것으로 혐오범죄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리스의 혐오범죄 주장이 거짓말로 드러났다며 "그의 편에서 모든 것을 기꺼이 희생하려 했던 모든 위대한 나스카 드라이버와 관리에게 사과했느냐"라고 월리스를 힐난했다.

이어 그는 "그것과 (나스카의) 깃발 결정이 역대 가장 낮은 시청률을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포츠계의 인종차별 해소·규탄 움직임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NFL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경고를 일축하면서 "선수들이 국가나 국기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난 (NFL을) 보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NFL이 선수가 경기 전 국가제창 때 한쪽 무릎을 꿇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뜻을 나타내는 것을 허용키로 한 것에 반대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시골에 사는 보수적인 백인들의 삶에서 주춧돌과 같은 스포츠들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화전쟁을 확전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레드스킨스와 인디언스 등을 비난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그가 선거판 열세를 뒤집는 방법으로 문화전쟁을 택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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