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경찰 '무소불위'…영장없는 수색·콘텐츠 삭제 명령

입력 2020-07-07 11:46
홍콩보안법 경찰 '무소불위'…영장없는 수색·콘텐츠 삭제 명령

행정장관 허가받으면 도청·미행 가능…피의자 재산 몰수할 수도

경찰 명령 거부하면 최고 징역 2년·벌금 1천500만원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지난 1일부터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가운데 이 법을 집행하는 홍콩 경찰이 '무소불위'라고 할 정도의 권력을 쥐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의 영장이 없어도 압수수색이 가능해지며, 포털이나 소셜미디어 등은 경찰의 콘텐츠 삭제 명령에 따라야 한다. 이러한 명령을 거부하면 최고 2년 징역형이나 1천500만원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보안법에 따라 세워진 국가안보위원회는 전날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 법무장관, 보안장관, 경찰 총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었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뤄후이닝(駱惠寧) 홍콩 주재 중앙정부 연락판공실 주임이 고문 자격으로 참석한 이 회의에서는 홍콩보안법 시행을 위한 구체적인 7개 규정을 제정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특수한 상황'에서 법원의 수색영장 없이도 홍콩보안법 사건과 관련된 장소에 들어가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 다만 그 '특수한 상황'이 무엇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법원 영장이 아닌, 행정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홍콩보안법 피의자에 대해 도청, 감시, 미행 등을 할 수 있다. 피의자가 홍콩을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 영장을 받아 피의자의 여권을 압류할 수도 있다.

보안장관은 법원 영장을 받아 피의자의 재산을 동결하거나 몰수할 수 있다.

특정 재산이 홍콩보안법 사건과 관련됐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은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하며, 이를 다른 사람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 경찰은 홍콩보안법 관련 정보 제공을 명령하는 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다.

인터넷 기업이나 개인은 국가안보에 위협으로 여겨지는 메시지나 정보를 삭제하고, 다른 사람의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

이들이 삭제 명령을 거부하면 경찰은 법원 영장을 받아 관련 전자 장비를 압류할 수 있다.

대만이나 해외에 있는 정치단체는 홍콩 보안장관의 명령이 있을 경우 홍콩 내 조직의 활동, 구성원, 자산, 수입원, 지출 등과 관련된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명령을 어기면 10만 홍콩달러(약 1천500만원) 벌금형과 6개월에서 2년에 이르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홍콩 국가안보위원회가 감독하며, 행정장관은 그 감독을 책임질 사람을 임명할 수 있다.



이러한 홍콩보안법 시행 규정에 대해 홍콩 야당과 법조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변호사 앤슨 웡은 "홍콩보안법 시행 규정은 홍콩보안법 본문 그 자체보다 훨씬 경악스러운 수준"이라며 "사법부가 행사하는 권한을 경찰에 부여해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수한 상황'에서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 특수한 상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며 "홍콩보안법 위반으로 '여겨진다'는 이유만으로 인터넷 메시지나 정보를 삭제하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프란시스 퐁 홍콩 정보기술협회 명예회장은 "이제 홍콩 경찰은 홍콩 내에 있는 모든 기업에서 정보와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됐다"며 "일부 기업들은 고객 보호를 위해 홍콩 내에 저장된 고객 정보를 폐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치와이(胡志偉) 홍콩 민주당 주석은 "홍콩보안법의 특징은 모든 조항이 애매모호하며, (범죄 사실의) 증거를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이는 해외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홍콩을 떠나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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