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진출 국산 보톡스, 10년간 수입금지돼…대웅제약 사업 차질(종합)

입력 2020-07-07 11:25
수정 2020-07-07 11:28
美 진출 국산 보톡스, 10년간 수입금지돼…대웅제약 사업 차질(종합)

미국 ITC 예비판결에 대웅제약·메디톡스 운명 엇갈려

메디톡스, 보툴리눔 균주 분쟁서 '승기 잡아…국내 소송전도 속도

메디톡스, 휴젤 등과 균주 출처 분쟁 이어갈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계승현 기자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대웅제약[069620]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 분쟁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두 회사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당장 미국에서 벌이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고, 메디톡스는 ITC 예비판결을 계기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른바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미간 주름 개선 등 미용 성형 시술에 주로 쓰이는 바이오의약품이다.



◇ 미국 ITC, 대웅제약 '나보타' 10년간 수입금지

미국 ITC는 6일(현지시간)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 예비 판결에서 대웅제약의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를 불공정경쟁의 결과물로 보고 10년간 수입을 금지한다는 예비 판결을 내렸다.

메디톡스가 지난해 1월 ITC에 대웅제약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공식 제소하면서 수입 금지하도록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료인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담은 기술문서를 훔쳐 갔다고 본다.

나보타는 대웅제약이 2014년 국내에서 출시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지난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는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제품이기도 하다.

당시 대웅제약은 "국내 제약사의 위상을 높인 성과이자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을 위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예비판결로 나보타의 미국 사업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오는 11월 최종판결에서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게 대웅제약의 주장이지만 수입금지 권고가 나온 만큼 기존과 같은 영업활동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비 판결은 오는 11월까지 ITC 전체위원회의 검토와 미국 대통령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나보타 사업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지만, 대웅제약은 오히려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은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로부터 4천만 달러의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등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에볼루스는 대웅제약으로부터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현지 마케팅을 하고, 대웅제약은 추후 주식 전환으로 더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소송전이 가속하는 상황은 대웅제약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는 이번 ITC 예비판결 내용을 국내에서 벌이는 민·형사 소송에 참고자료로 제출하는 등 소송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그동안 보툴리눔 균주 출처와 관련한 소송을 위해 분기마다 약 100억원을 넘게 써왔던 터라 관련 비용을 지속해서 지출할 경우 재무적 부담이 심화할 수 있다.



◇ 대웅제약·메디톡스 분쟁 일단락…전방위 확산 우려

ITC 예비판결로 2016년부터 5년째 이어진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 분쟁은 어느 정도 일단락된 분위기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를 훔쳤다며 국내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웅제약은 경기도 용인의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했다며 경쟁사의 '음해'라고 반박해왔다. 최근에는 대웅제약에서 메디톡스를 상대로 직원을 빼낸 뒤 대가를 지급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메디톡스는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왕좌를 빼앗기기도 했다.

메디톡스는 2006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첫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의 허가를 받으며 시장을 개척했으나, 균주 분쟁이 악화하면서 휴젤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휴젤은 메디톡스보다 시장 진입은 늦었지만 2016년부터 보툴리눔 톡신 제제 매출액에서 메디톡스를 앞지르기 시작, 4년 연속 1위를 기록 중이다. 휴젤은 2009년 식약처로부터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툴렉스'의 품목허가를 받아 판매 중이다.

업계에서는 ITC가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 데 따라 균주 출처 분쟁이 국내 업체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거 메디톡스는 대웅제약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업체의 보툴리눔 균주 출처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해왔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의 균주 출처 분쟁에서 승기를 잡은 만큼 업계 1위 휴젤 등으로 화살이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도용 혐의가 진실로 밝혀진 만큼 이제 정부가 나서서 국내에 난립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 기업을 검증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휴젤, 메디톡스, 대웅제약, 휴온스, 종근당 등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판매 중이다. 이밖에 파마리서치프로덕트의 자회사 파마리서치바이오, 제테마, 칸젠, 프로톡스, 칸젠 등도 보툴리눔 톡신 제제 사업을 준비 중이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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