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톡] 오줌싸개 소년과 그의 친구들
벨기에 명물 관리하는 '오줌싸개 소년의 친구들 협회'
은퇴자 주축 100여명 자원봉사…1천여벌 의상 관리·교체 등 담당
"동상 계속 살아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역사 보존에 자부심"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오줌싸개 소년'은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 중 하나다.
브뤼셀 도심에 있는 그랑플라스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분수대의 일부로, 소년이 오줌을 누는 모습을 한 청동상이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방문객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평소 하루 3만명씩 찾을 만큼 식지 않는 인기를 누려왔다.
특히 1천여벌의 실제 의상을 보유하고, 연평균 130회가량 옷을 차려입는 세계 유일의 조각상으로도 꼽힌다. 여러 유명인을 나타내는 의상부터 세계 각국에서 보낸 전통의복까지 종류도 다채롭다. 별도의 의상박물관이 있을 정도다.
그리고 1600년대부터 내려오는, 조각상에 옷을 입히는 전통이 오늘날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오줌싸개 소년의 친구들 협회'다.
1954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은퇴자를 주축으로 한 100여명의 회원이 회비를 내가며 자원봉사로 동상을 관리한다. 주로 의상을 관리하고 각종 기념일이나 행사 때 동상에 옷을 갈아입히면서 다양한 문화 행사를 한다.
회원이 되려면 선발 절차를 거쳐야 하고 1년간의 견습 기간 뒤 다른 회원들로부터 신규 회원으로 적합한지 평가도 받아야 한다. 그만큼 이들은 자신의 역할을 명예롭게 생각하고 자부심도 크다.
최근 만난 이 단체의 부회장 마르크 게벨(71)씨도 직장 은퇴 이후 협회의 일원이 됐다. 벌써 10년가량 이 일을 해오고 있다.
"브뤼셀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줌싸개 소년'이 계속 살아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죠. 또 이곳에서 많은 사람이 즐거워하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협회는 동상에 입힐 의상을 심사하는 역할도 한다. 동상에 옷을 '선물'하려면 공식 요청을 해야 하고 협회 회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정치적, 종교적, 상업적 홍보 목적에 이용될 수 있는 의상은 받지 않는다.
이 조각상은 높이 55㎝로 크기는 '아담'하지만, 깊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브뤼셀의 문화유산이다.
오줌싸개 소년상은 중세 시대인 1452년부터 그 자리에 존재했다. 당시에는 돌로 돼 있었으나 1619년 이 분수대의 개보수 사업의 일부로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 지금에 이르러 지난해 400번째 '생일'을 맞았다.
그러나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몇차례 도난되는 수난을 겪은 이후 1965년 진품은 브뤼셀시립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지금 거리에 있는 조각상은 복제품이다.
평소 동상 앞에는 언제나 구경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전에 없이 한산한 풍경이 연출됐다.
매년 9월이면 그랑플라스에서 민속축제가 열려 동상에 새로운 옷을 입히는 것이 협회의 주요 행사다. 그러나 올해는 이 역시 어려울 것이라고 게벨 부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관광객이 없기는 하지만 우리의 일은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우리는 동상의 옷을 갈아입히면서 우리의 일을 계속할 뿐"이라고 말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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