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대출 어쩌나" 검단·송도 등 은행지점에 문의·항의 빗발
금융위, 검단 5개 은행지점 현장조사…'잔금대출 한도 조정' 기대도
(서울=연합뉴스) 은행팀 = 6·17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가 된 인천 검단·송도 등 수도권 지역의 은행 지점들에 '잔금 대출이 얼마나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따른 갑작스러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하향조정으로 잔금 대출 한도가 줄어 당초 세웠던 입주 자금계획이 꼬인 사람들이다. 더구나 잔금 대출과 함께 "기존 보유 주택을 처분하고 입주하겠다"는 '추가 약정'을 새로 은행과 맺어야 하는 경우도 많아 걱정과 의문이 많을 수밖에 없다.
◇ 검단·송도·청주 등 지점 "잔금대출 상담·항의로 정신없는 상태"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규 투기과열지구인 검단·송도·용인·수지·수원·동탄 등의 지점에는 이 지역 아파트 분양을 받았거나 분양권을 전매해 입주를 앞둔 사람들의 전화·방문 문의가 종일 끊이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검단 지점 등에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전의) LTV 70%를 염두에 두고 자금계획을 세웠지만, LTV 40% 적용으로 입주 자금이 부족해졌다며 전화로 해결 방법을 묻거나 지점을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며 "이사, 인테리어 등 비용까지 고려해 자금계획을 짠 고객들이 꽤 많은데, 이들이 항의성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인천 송도 쪽 영업점들을 확인해보니, 분양 관련 집단 대출을 취급했던 영업점들에 문의가 매우 많다고 한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도 "LTV 조정뿐 아니라 고객 입장에서 더 큰 관심은 1주택자의 경우 자신의 집을 처분해야 하고, 2주택자의 경우 아예 잔금 대출이 막혔다는 점"이라며 "인천이나 청주 아파트에 투자한 분들의 질의가 많이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KB국민은행 측 역시 "검단·송도 등에서 특히 집단대출, 잔금대출 진행하는 영업점의 경우 문의와 상담으로 정신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 "LTV 축소로 자금계획 틀어졌다" 호소…'집 처분' 추가약정 부담도
은행을 붙들고 하소연하는 이들은 6·17 부동산 대책 이전 해당 지역 아파트를 분양받았거나 분양권을 산 사람들이다.
검단·송도 등은 6·17 이전까지 부동산 규제 지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파트 중도금 대출도 대부분 LTV 60% 수준에서 가능했다. 규정상 비규제지역의 LTV는 70%였지만, 시공사들이 보통 중도금 대출 한도액을 최대 LTV 6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설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잔금 대출을 앞두고 이 지역들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이자 LTV가 40%(9억원 이하)로 낮아졌고, 일부 입주 예정자들의 자금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보통 계약금, 중도금, 잔금의 비율은 각 분양가의 10%, 60%, 30% 수준이다. 대부분의 입주예정자는 중도금 대출을 분양가의 60%(LTV 60%)까지 꽉 채워 받은 뒤 잔금 대출로서 LTV 70%만큼 다시 돈을 빌려 중도금 대출을 갚는다. 더구나 잔금 대출의 경우 분양가 또는 시세 가운데 하나를 골라 70%를 적용하기 때문에 분양가보다 시세가 올랐다면 더 넉넉하게 대출을 받아 중도금을 갚고도 잔금, 이사비용, 인테리어 비용 등을 치를 수 있다.
그러나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함께 잔금 대출 LTV로 40%를 적용받게 되면서, 크게 상황이 달라졌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이런 소급 적용의 경우 잔금 대출을 최대 '중도금 범위'에서 받을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예상하지 못한 자금난을 겪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분양가 4억원인 아파트를 분양받아 LTV 60%로 2억4천만원의 중도금을 대출받은 사람의 경우, 잔금을 치를 시점의 아파트 시세가 6억이고 6·17 규제가 아니었다면 잔금으로 4억2천만원(6억×0.7·은행에 따라서는 분양가 4억원까지만)까지 대출을 받아 중도금을 갚고 잔금(30% 1억2천만원)과 부대 비용 등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에는 '중도금 대출 범위 내' 또는 'LTV 40%' 어느 쪽을 적용해도 잔금 대출 한도는 2억4천만원이다.
그나마 이처럼 시세가 분양가보다 오르고, 중도금 대출을 최대한 받아 놓은 사례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만약 현재 검단 등처럼 시세가 분양가와 비슷한 경우나, 중도금 대출을 적게 받은 사람들의 자금 계획 차질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비규제지역이라 부담 없이 1주택 상태에서 해당 지역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분양권을 전매한 사람이라도 이제 잔금 대출을 받을 때 매매 시점에 따라 "6개월∼2년 안에 기존 집을 팔겠다"는 내용의 '추가약정'을 은행과 체결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 "중도금-잔금 대출 전환 막히면 대출부실도 우려"
이처럼 은행 창구에서 대출 관련 혼란이 커지자, 은행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세부 지침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책 발표가 먼저 나와 버렸고, 지침이 나오는데 시간이 걸렸다"며 "그동안 창구에서 의사 결정을 할 수 없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사실 전달자, 대행자 입장이기 때문에 고객 민원이 들어와도 어떻게 마음대로 사정을 봐줄 수 없다"며 "당국의 지침이 좀 더 세부적이고 명확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은행권에서는 새 규정에 따라 중도금 대출의 잔금 대출 전환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대출 부실'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위도 새 규정에 따른 대출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문제가 없는지 현황 파악에 나선 상태다.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달 말 검단 신도시 인근 5개 은행 영업점에서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장 점검 소식과 경제부총리의 '규제지역 지정에 따른 중도금·잔금 대출한도 보완' 언급 등으로 은행 창구에는 대출 기준이 바뀌지 않았는지 문의하는 전화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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