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시위 재특회 설립자, 도쿄지사 선거서 4년 전보다 6만표↑
17만8천표로 5위…"일본 사회 배타적 분위기 반영" 평가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5일 실시된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사 선거에서 혐한 시위를 주도한 우익 후보가 4년 전 선거 때보다 득표수를 6만표 넘게 끌어 올렸다.
6일 도쿄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쿠라이 마코토(櫻井誠) 전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在特會) 회장은 전날 실시된 도쿄지사 선거에서 17만8천784표(득표율 2.92%)를 얻어 5위를 기록했다.
사쿠라이는 2016년 7월 도쿄지사 선거에서는 11만4천171표(득표율 1.74%, 5위)를 기록했는데 4년 만에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6만4천613표를 더 얻은 것이다.
그는 재일한국·조선인 특별영주권의 폐지 등을 요구하며 2006년 극우단체 재특회를 설립했으며 혐한(嫌韓)시위를 주도하는 등 일본에서 반한 감정을 부추기고 차별을 조장해 비판받은 인물이다.
전문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가운데 외국인에 대한 차별 의식, 배타적인 분위기가 강해진 것이 표로 드러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혐한 시위 문제 등을 파고들어 온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 씨는 사쿠라이가 16만표 넘게 획득한 것에 대해 "이 정도로 표를 모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일본 사회의 배타적인 분위기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강했던 것 같다"고 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확산한 가운데 '조선학교에 마스크를 지급하지 말아라', '한국인에게는 지원금을 주지 말아라'는 등의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고 거론하고서 "우익 후보에 대한 위기감이 부족했다. 자유주의 진영에도 책임이 있다"고 논평했다.
야스다 씨는 이번 선거에서 사쿠라이 후보가 코로나19를 '우한 폐렴'이라고 칭하는 등 중국인에 대한 차별 의식을 드러내기는 했으나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를 예전처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다며 "배타성을 감춘 것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그는 간토(關東)학살로 희생된 조선인에 대한 추도문을 거부하는 등 타민족에 대한 배타적 태도를 드러낸 현직 고이케 지사가 압승한 것도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우경화를 보여준다며 우려했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