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기본과 디테일에 충실한 부동산 후속대책 기대한다

입력 2020-07-06 11:59
수정 2020-07-06 14:05
[연합시론] 기본과 디테일에 충실한 부동산 후속대책 기대한다

(서울=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조만간 6·17 부동산대책의 후속대책을 내놓는다. 당·정·청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핵심 인사들이 참석한 비공개 협의회를 열어 6·17 대책에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 대책을 논의하고 실무 당정을 통해 조속한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수도권 거의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대출 규제도 강화했지만, 집값이 내려가기는커녕 오히려 실수요자 부담만 늘렸다는 싸늘한 여론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책을 주문하자 서둘러 후속대책 마련에 속도를 붙이는 모양새다. 투기 성향이 높은 다주택과 고가주택의 보유세와 짧은 기간에 집을 사고파는 단기매매에 대한 양도세를 강화하는 내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주택 임대사업자들에게 주어지던 세제 혜택을 줄이고 청년·신혼부부 등 생애 최초로 집을 마련하는 사람의 세 부담을 덜어주는 법 개정도 추진되는 것 같다. 고강도 대책에도 시장이 불안하면 서둘러 추가 대책을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동안의 대책이 시장에서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고 들쭉날쭉한 정책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는 않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번 후속 대책으로 거론되는 내용은 며칠 전 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긴급보고를 받고서 주문한 방안을 구체화하는 성격이 짙다. 문 대통령은 당시 투기성 다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강화하고 공급물량을 확대하며, 생애 최초 구매자 등 실수요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특별히 새로운 것도 없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의 기본적인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시장의 불안을 부추기면서 불로소득을 챙겨가는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투기수요를 너무 넓게 해석해서 과도한 규제를 가하면 어렵게 집을 마련하려는 선의의 실수요자들마저 피해를 볼 수 있다. 투기수요를 잡아내는 그물을 어느 정도 촘촘하게 짜야 투기수요는 잡고 실수요는 보호할 것인지의 판단은 정책 입안자들의 몫일 것이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 결정된다는 경제학의 기본원리를 생각하면 공급을 늘릴 방안을 최대한 발굴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는 올바른 방향이다.

부동산 시장의 작동원리와 안정화의 기본원칙은 누구나 알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시장 참여자들의 복잡한 심리가 작용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순기능으로만 작용하는 정책은 있을 수 없다. 정책 목적이 아무리 선하더라도 그 목적에 부합하도록 작용하는 힘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반대로 작용하는 힘이 있게 마련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의 기본 원칙 아래서 순기능을 강화하고 부작용을 줄이는 다양한 정책조합이 그래서 필요하다. 현 정부 출범 후 3년 동안에 스무번 이상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의 중위 아파트값이 50% 이상 올랐다. 집값 고공행진을 잡겠다는 의욕만 있었지 시장이 작용하는 원리까지 세심하게 살피며 디테일한 정책조합을 마련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총론은 맞지만, 각론은 현실이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탁상공론, 본질을 잊고 현상만 뒤쫓아가는 뒷북 정책이 이어진 탓이다.

정부와 여당은 의원입법 형태로 법안을 발의해 7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후속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절차상 시간이 걸리는 정부 입법보다는 추진 속도를 빨리하기 위해서다. 국회 기획재정위 민주당 간사인 고용진 의원은 "대통령께서 말한 방향성에 맞춰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지난해 12·16 대책에서 고칠 것은 고치고, 보완할 것은 보완하겠다고 했다. 12·16 대책 당시 다주택자의 종부세 세율을 최고 4.0% 올리는 방안을 마련했으나 20대 국회에서 종부세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했다. 당·정의 방침대로라면 종부세 강화와 임대주택 특혜 축소 관련 법안이 조만간 무더기로 국회에 올라올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집값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잡겠다고 했다. 이번 후속대책으로도 집값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국민에게 '부동산 정책'에 완전히 실패한 정부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시중에 3천조원의 유동성이 넘치고 있는 상황에서 집값을 잡기가 쉽지 않겠지만 본질과 디테일에 충실한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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