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진 탄 SMU 교수 "싱가포르 총선, 여당에 역대 가장 힘든 선거"
"득표율 60% 여론 가늠자…의석 3분의 2 실패 시 엄청난 정치적 변화 의미"
"코로나·경제 불확실성 고조…총리 동생 야당행으로 변화 목소리 더 커져"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10일 치러지는 싱가포르 총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최악의 경제 위기로 인한 불확실성에다 야권의 강한 도전으로 집권 여당에 어느 때보다 힘든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싱가포르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은 1965년 독립 이후 모든 총선에서 승리해왔다.
정치분석가인 유진 탄 싱가포르 경영대(SMU) 법대 교수는 6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탄 교수는 2012년 2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싱가포르 12대 의회에서 지명직 의원(Nominated Member of Parliament)을 역임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 대해 코로나19 사태는 물론, 이민 문제나 소득 불평등, 생산성 저하 그리고 일당 지배 국가에 대한 우려 고조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PAP가 승리하더라도 역대 최저 득표율 60%를 밑돌면 여론이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특히 야당이 개헌 저지선인 의석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면 이는 싱가포르 정치권에 엄청난 변화를 의미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매번 총선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는 있었지만, 이번에는 현직 총리의 동생이 야당으로 정계에 입문하면서 그 목소리가 더 강해졌다고 탄 교수는 분석했다.
다음은 탄 교수와 일문일답.
-- 이번 총선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 이번 총선은 코로나19 사태와 경제 비상사태를 해결해야 할 정부를 선출하는 선거라는 점에서 여느 총선과는 의미가 사뭇 다르다.
집권당인 PAP를 명확히 지지하는 투표가 이뤄진다면 리셴룽 총리가 '세대의 위기'라고 표현한 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싱가포르의 전반적인 능력이 향상할 것이다.
반면 코로나 사태 수습 과정에서 PAP가 보여준 저조한 성과는 여당에 대한 대중의 신뢰와 자신감이 약해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 이전 총선에서 PAP는 대체로 손쉽게 승리했다. 이번에도 그럴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 근거는.
▲ 이번 선거는 아마도 PAP에 가장 힘든 선거가 될 것이다. 쉽게 승리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힘겨운 승리가 될 것이다.
PAP가 역대 총선에서 큰 차이로 이기긴 했지만, 마지막 몇 차례 선거들은 정말 힘든 싸움이었다.
특히 이번에는 여당이 커다란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선거를 맞았다.
이민, 소득 불평등, 생산성 저하 그리고 일당 지배 국가에 대한 우려가 고조하는 상황에서 PAP가 국가를 더 잘 경영했을 수 있었느냐에 대한 질문에 직면하고 있다.
여기에 야당은 좋은 자질을 가진 후보들을 각 선거구에 내보냈다.
또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집권당이 가지지 말아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선거 캠페인을 집중하고 있는 점도 여당의 손쉬운 승리를 점치기 어렵게 하는 이유다.
-- PAP가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득표율이 60% 이하로 떨어지면 국민이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 2011년 총선에서 PAP가 60%를 득표했는데, 이는 독립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가장 낮았다.
따라서 이번에 PAP 득표율이 60% 아래로 떨어진다면, 그것은 새로운 최저 득표율이 될 것이고 PAP가 기존 의석 중 몇 석을 더 잃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여당이 국가를 통치하는 방법적인 측면에서 더 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유권자들이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PAP가 유권자들의 신뢰와 신임을 되찾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의미다.
-- 리셴룽 총리 동생 리셴양은 야당인 전진싱가포르당(PSP)에 입당했다. 그리고 변화를 위해 PSP를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변화를 위한 투표',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 모든 총선에는 변화를 요구하는 야당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비록 총선에 출마하지는 않지만 리셴양이 야당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에 그 요구가 더 강하다.
이는 리 총리와 리셴양 형제의 선친인 리콴유 전 총리가 세상을 떠난 해인 2015년 치러진 지난 총선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문제는 PAP에 의회 의석의 3분의 2를 허락하지 않아야 한다는 요구가 합당한 지를 야당이 유권자들에게 설득할 수 있는 지 여부다.
(최근 싱가포르는 선거구 조정을 통해 직선 의원 수를 기존 89명에서 93명으로 늘렸다. 의회 의석 3분의 2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야당이 32석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PAP는 직선 의석 89개 중 83석을 차지했다.
야당이 이번 총선에서 의석을 기존 6석에서 32석으로 늘릴 수 있다면 이는 PAP 지배력의 급속한 하락을 의미할 수 있는 엄청난 정치적 변화가 될 것이다.
-- PAP가 예상대로 승리할 경우, 헹스위킷 부총리를 정점으로 4G(4세대) 내각이 성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 사회에 가지는 의미라면.
▲ '연속성 속에서의 변화'라고 말할 수 있다. PAP가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헹 부총리가 리셴룽 총리의 뒤를 이어 18~24개월간 재임하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다만 이후의 많은 상황은 PAP가 이번 총선에서 얼마나 잘 이기느냐에 달려있다.
비록 PAP가 승리하더라도 잘 이기지 못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만 정책과 국정 운영 계획에 대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세대 지도자들이 향후 18~24개월간 정부를 이끌어갈 예정인 만큼, 여당이 총선에서 잘 이겨야 한다는 압박은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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