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독립기념일에 "미 역사 지키겠다" 진보 진영·언론 맹공

입력 2020-07-05 09:53
트럼프, 독립기념일에 "미 역사 지키겠다" 진보 진영·언론 맹공

"콜럼버스 발견서 시작된 미국의 방식 유지할 것"…지지층에 결집 호소

'미국의 영웅' 나열하다 킹 목사도 언급…코로나 확산 책임은 중국에 돌려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간) 미국의 역사를 수호하겠다며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촉발된 진보진영과 언론의 과거사 청산 움직임을 맹공했다.

전날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전야 불꽃놀이 행사에서 한 연설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해지며 재선 가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독립기념일을 지지층 결집에 활용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백악관에서 독립기념일 축하 연설에 나서 "우리는 급진 좌파와 마르크스주의자, 무정부주의자, 선동가, 약탈자를 격퇴하는 과정에 있다"고 운을 뗐다.

미 전역으로 확산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비롯해 노예제 옹호 등의 전력이 있는 인물에 대한 동상 파괴 시도를 싸잡아 급진 좌파 등으로 묶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코 화난 무리가 우리의 조각상을 무너뜨리고, 우리의 역사를 지우고, 우리의 아이들을 세뇌시키고, 우리의 자유를 뭉개도록 하지 않겠다"면서 "1492년 콜럼버스가 미국을 발견했을 때 시작된 미국적 삶의 방식을 보호하고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분명하고도 충실하게 미국의 역사를 지키길 원한다. 우리는 하나의 미국이고 우리는 미국을 최우선에 둔다"면서 "그들의 목표는 파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가 짐이 아니라며 미국의 영웅들을 내던지지 않고 기리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 등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된 역사적 인물을 줄줄이 거론했는데 흑인 지지층을 의식한 듯 민권운동의 상징 마틴 루서 킹 목사도 함께 언급했다.

주류 언론에 대해서도 "나를 비방할 뿐 아니라 미국인을, 미국을 위해 삶을 바친 각 세대의 영웅들을 비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거론하며 중국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중국의 속임수와 은폐로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퍼졌다며 "중국은 완전히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많은 진전을 만들어냈고 우리의 전략은 잘 굴러가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에 문제가 없다는 식의 주장을 거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오랫동안 그랬던 것처럼 세계에서 이용당하지 않고 세계에서 존경받고 싶다"고 했으나 더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백악관 잔디밭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코로나19 대응에 헌신한 의료진을 비롯해 군 관련 인사와 가족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러시모어산에서 열린 불꽃놀이 행사에서도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겨냥해 "우리의 역사를 말살하고 우리의 영웅을 훼손하는 무자비한 캠페인"이라고 비난, 통합보다는 분열에 방점을 찍은 연설을 했다.

이날 연설도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지율 하락을 보여주는 여론조사가 잇따라 나오며 재선 가도에 비상이 걸린 와중에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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