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위성 인터넷망' 원웹 지분 45% 인수

입력 2020-07-04 11:32
수정 2020-07-04 12:56
영국 정부 '위성 인터넷망' 원웹 지분 45% 인수

브렉시트에 따른 EU 갈릴레오 위성항법시스템 차단 우회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영국 정부가 인도의 대형 통신기업 '바르티 글로벌'과 손잡고 파산한 위성 운용 기업 '원웹'(OneWeb)을 10억달러에 낙찰받았다.

영국 정부는 바르티 글로벌과의 컨소시엄에 총 5억 달러를 투자하고, 원웹의 지분 45%를 인수하게 된다.

런던에 본사를 둔 원웹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와 위성 인터넷망 구축 경쟁을 벌였으나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재정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했다.

영국 정부는 원웹이 구축하려는 위성망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공급하고, 유럽연합(EU) 탈퇴로 유럽판 GPS인 '갈릴레오 위성항법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절실해진 '위성 내비게이션'(sat-nav)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국은 갈릴레오 위성항법시스템의 일반 신호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나 정부나 군이 이용하는 보안 신호에는 접근이 차단돼 있다.

영국 정부는 낙찰이 확정된 뒤 성명을 통해 원웹 인수 참여가 "영국의 첫 우주주권 능력"을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둔 것이라면서 이는 "지구 저궤도 위성 군단을 통해 새로운 위성 기술의 연구와 개발, 제작, 이용 등에서 선구자가 되려는 정부의 야망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원웹의 지분만 갖고 기업 운영은 같은 액수를 투자한 바르티 글로벌이 맡게 된다.

영국 정부는 민간 기업에는 지분 참가를 하지 않는 정책을 펴왔으나 이번 조치가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과 코로나19에 따른 실업 등으로 타격을 받은 제조업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위성 인터넷망 구축이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비용 등에서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는 점을 들어 납세자의 세금을 갖고 도박을 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4년 창립된 원웹은 총 648대의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배치해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최대 투자자인 소프트뱅크가 투자를 철회하면서 자금난 끝에 지난 3월 파산을 신청했으며, 지난 2일 매각입찰이 이뤄졌다.

영국 정부와 바르티 글로벌 컨소시엄의 낙찰은 미국연방 파산법원의 최종 승인이 이뤄져야 유효하며, 이런 절차는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영국 정부는 밝혔다.

현재까지 지구 저궤도에 배치된 원웹의 위성은 74대로 나머지 위성을 모두 배치하려면 적어도 30억달러 이상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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