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당 주식계좌 한국이 미국 2배…WSJ, '동학개미' 조명
청년들 "일생에 한번뿐인 투자 기회", "이대로 가다간 집 한채도 못사"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더이상 한 개의 직업을 갖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집 한 채도 살 수 없게 될 겁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불투명한 경제 전망에 한국의 20∼30대 초보 개인투자자들이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스타 강사'들의 도움을 얻어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신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시장 변동성과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의 독려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초보 투자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특히 한국이 개인 투자자들의 '중심부'(major center)가 됐다고 진단했다.
인구당 주식 거래계좌 숫자로 한국이 미국의 2배에 달한다는 점이 그 근거다.
지난 4월 현재 한국에서 개인이 보유한 주식 거래계좌는 3천125만개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는데 이를 5천160만명(2018년 세계은행 기준)의 인구수로 나누면 1인당 0.61개의 계좌를 가진 셈이다.
이에 비해 인구 3억2천700만명의 미국의 개인 주식계좌 수는 1억200만개로 한국의 절반 수준인 인구당 0.31개에 그친다.
새로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개미' 투자자들은 과반이 2030 청년 세대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올해 1분기 20∼30대 연령층의 주식계좌가 전년 동기보다 50% 이상 늘었다고 밝혔고, NH투자증권도 올해 1∼5월 신설된 계좌의 69.3%가 20∼30대 소유라고 전했다.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저성장과 저금리, 낮은 인플레이션이라는 경제 환경에 직면한 젊은 세대가 고수익을 찾아 주식시장을 노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에서 코로나19 충격파가 가장 컸던 지난 3월 첫 주식계좌를 개설한 최모(31)씨는 WSJ에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였다.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해외 선물투자 안내로 유명한 한 유튜브 채널을 보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에 투자한 김모(26)씨는 초반에 1억7천만원의 거금을 벌었다가 유가 폭락으로 대부분의 수익을 날렸지만 직장에서 받는 월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직장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한달에 240만원도 못 번다. 내 월급은 나이가 더 많은 직장동료들과 비슷하다"라며 "다른 곳에서 좋은 수익을 내지 못할까봐 걱정스럽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집 한 채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금융투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관련 정보에 충분히 접근할 수 없고 투자 경험도 일천한 20∼30대 연령층이 주식시장에 그냥 뛰어드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주식시장은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변동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베어링자산운용 한국주식 부문 책임자인 최현씨는 WSJ에 "젊은 세대는 코로나19로 느려진 성장 속도와 제로에 가까운 금리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를 배우고 있다. 그것이 청년층을 수익률이 높은 자산 투자로 내몰고 있는 것"이라며 젊은 세대의 과감한 투자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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