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비용에 전기요금 활용…"국민부담" vs "정당집행"

입력 2020-07-03 15:36
탈원전 비용에 전기요금 활용…"국민부담" vs "정당집행"

'전력기금 사용해 비용 보전' 시행령 개정에 논란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따라 발생한 비용을 전력산업기반기금(이하 전력기금)을 활용해 일부 보전하기로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기료에서 떼어내 조성하는 전력기금을 활용할 경우 결국 국민의 전기료 부담이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는 탓이다.

산업부는 이미 조성된 기금의 범위에서 집행하는 것이므로 전기요금 인상 등 추가적인 국민 부담은 없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3일 산업부에 따르면 최근 입법예고한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에너지 정책 이행과 관련해 산업부장관이 인정하는 전기사업자의 비용 보전을 위한 사업에 전력기금을 쓸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신규 원전(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건설 계획 백지화 등으로 한국수력원자력 등 사업자가 입게 된 손실을 정부가 공적기금을 활용해 일부 보전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전력기금은 국민이 매달 내는 전기요금에서 3.7%를 떼어내 적립한다. 전체 규모는 작년 말 기준 4조4천714억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탈원전에 따른 손실을 국민에 전가하는 것이란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가 전력기금을 당초 조성 취지와 맞지 않게 사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래통합당 한무경 의원은 이날 전력기금을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손실보상비용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 의원은 "전력기금은 전력수요 관리사업, 전원개발 촉진사업 등에 사용하도록 법에 명시돼있다"면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손실보상에 사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이어 "(시행령 개정은) 탈원전으로 발생하는 영수증을 국민에 부담하겠다는 것"이라며 "전력기금을 탈원전 정책의 비용으로 사용할 게 아니라 부담요율을 낮춰 어려운 산업계와 중소상공인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사업자 비용 보전은 이미 조성된 전력기금의 지출 한도 내에서 집행될 것이므로 전기요금 인상과 같은 추가적인 국민 부담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탈원전 비용 보전에 쓰기 위해 전력기금을 확대하거나 전기요금을 올릴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전력기금을 사용하는 근거에 대해선 "에너지 전환 정책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전력기금의 설치 목적인 '전력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전기사업법 제48조는 '전력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전력산업의 기반조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설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석탄에서 석유,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관련 사업에 전력기금을 계속 써왔다"며 법적인 근거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각 사업자에게 보전할 금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시행령 개정 이후 고시를 통해 구체적인 보전 대상과 범위가 정해지면 각 사업자가 정확한 금액을 추산해 보전 절차를 밟을 수 있을 전망이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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