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 해외 결합심사 마무리…현산 이제 속도낼까
현산 "재협의 위한 대화 진행중…다른 선행조건도 충족돼야 "
시장에서는 여전히 '인수포기 수순' 관측도 나와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294870](현산)의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 선결 조건인 해외 기업결합 심사 절차가 6개국에서 모두 마무리되면서 인수 작업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지난달 현산이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 인수 관련 재협의를 요구한 가운데 이날 양측이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재협의 진행 상황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산은 3일 보도자료를 통해 러시아 경쟁당국이 전날 아시아나 인수와 관련한 기업결합심사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반년가량 이어진 아시아나 인수를 위한 해외 기업결합심사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작년 12월 금호산업[002990]과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매계약을 맺으면서 지난달 27일까지 거래를 끝내기로 약속했다.
다만 해외 기업결합 승인 심사 등 선결 조건에 따라 종결 시한을 늦출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최장 연장 시한을 12월 27일로 설정했다.
현산은 작년 말 아시아나 인수 결정 후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아시아나항공이 영업 중인 중국·미국·러시아·터키·카자흐스탄 등 총 6개국에서 기업결합 신고 절차를 진행했다.
한국을 시작으로 중국, 미국 등에서 차례로 기업결합 승인이 났지만, 거래 종결 시점인 지난달 27일까지도 러시아에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이에 따라 거래 종결 시점이 자연스럽게 연기됐다.
그 사이 국내 항공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위기도 심화하면서 현산이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시장에서 돌았다.
이에 산은은 지난 5월 29일 현산에 '6월 말까지 인수 의사를 밝혀야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공문을 보내 현산을 압박했다.
현산은 이에 대한 응답으로 지난달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아시아나 인수 의지를 확인하면서, 채권단에 아시아나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요구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아시아나 인수 가격을 낮추려는 카드라고 보는 시각과 함께 현산이 인수 포기를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함께 나왔다.
현산의 재협의 요구에 산은은 다음 날 "현산이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하라"며 다시 공을 현산에 넘겼다.
현산은 이후 산은의 요구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재협의를 위한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는 정도의 설명만 했다.
당초 거래 종결 예정일을 이틀 앞둔 지난달 25일에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시아나 인수 관련 재협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회장이 회동에서 정 회장에게 아시아나 인수 결단을 촉구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본격적인 재협의가 시작되리라는 것이었다.
현산은 이날 러시아의 기업결합 승인 소식을 알리면서 "채권단과 인수상황 재점검과 관련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재협의가 진행 중인 것은 아니지만, 재협의를 위한 사전협의를 하고 있다는 설명으로, 수그러들지 않는 '인수 포기설'에 선을 그으면서 인수 노력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재협의가 시작되면 인수 세부 조건을 놓고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우선 금호산업에 줘야 할 구주 가격과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5천억원의 출자 전환, 아시아나항공 대출 상환 문제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날 현산은 이번 인수 작업의 책임이 현산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현산은 "러시아를 끝으로 기업결합승인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의 진술·보장이 진실해야 하는 등 다른 선행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현산의 거래 종결 의무가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발언은 인수 포기에 대비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인수계약이 깨질 경우 그 책임이 현산에만 있지 않다고 언론을 통해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현산은 지난달 9일 채권단에 인수 재협의를 요구하는 보도자료에서도 현산의 인수 노력을 강조하면서 인수 계약 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 측의 경영 행태를 비판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현산이 인수가 무산될 경우 예상되는 계약금 2천500억원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호·아시아나 측의 의무 불이행 등을 계속 강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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