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590g 초미숙아 심장 수술 성공 "아가, 이제 집에 가자"

입력 2020-07-03 13:33
수정 2020-07-03 18:57
체중 590g 초미숙아 심장 수술 성공 "아가, 이제 집에 가자"

서울대병원, 국내 최소 체중 미숙아 대동맥축착 수술 성공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590g에 불과한 무게로 태어난 초극소 저체중 미숙아가 심장 수술에 성공해 무사히 부모 품에 안겼다.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에 아기가 응답하면서 새끼손가락 크기만 한 가로·세로 3㎝의 심장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대어린이병원 김웅한 소아흉부외과 교수와 김이경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임신 31주 만에 몸무게 590g, 키 30.5㎝의 초미숙아로 태어난 아기의 심장 수술에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심장 수술을 받은 아기 중 국내에서 체중이 가장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1㎏ 미만으로 태어나는 초미숙아는 호흡기와 위장관 등 모든 장기가 미성숙한 상태다. 더욱이 이 아기는 대동맥이 좁아져 가슴 아래로 피가 잘 흐르지 못하는 선천성 심장질환인 대동맥축착증까지 갖고 있었다.

아기는 태어날 때부터 대동맥이 좁아 약물로 혈관을 열어줘야만 피가 전신에 도달할 수 있었고, 심장에도 부담을 줘 이뇨제와 혈압약 투여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아기는 몸무게가 너무 적게 나가는 탓에 바로 수술을 받을 수도 없었다. 의료진은 안전한 수술을 위해 아기의 체중이 1㎏ 이상이 될 때까지 약물 등으로 관리했고, 체중 1.1㎏이 되던 생후 46일 수술했다.

심장을 열어야 하는 대동맥축착 수술은 체중이 1.2㎏ 이하인 극소 저체중 미숙아에 시행하기에는 까다로운 수술이다.

심장을 멈춘 뒤 심장의 일부인 심방이나 심실을 밖으로 드러낸 상태에서 피를 환자의 몸 밖으로 순환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수술 중 산소 공급을 위해 인공심폐장치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끝나 아기는 이제 스스로 젖병을 빨 정도로 호전해 퇴원한다. 체중도 2.2㎏까지 늘었다.

수술을 집도한 김웅한 교수는 "1.1kg에 불과한 아기가 심장 수술을 받고 합병증 하나 없이 건강하게 자란다는 것은 희망을 주는 일"이라며 "미숙아를 가진 부모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어떤 병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치료할 수 있다는 큰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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