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승려" 코로나 우려 참관 못해" 사형재개 연방정부에 소송

입력 2020-07-03 11:16
미 승려" 코로나 우려 참관 못해" 사형재개 연방정부에 소송

"발병 교도소에서 집행하면 건강 위험" 집행 중단 요구

17년 만의 연방정부 사형 집행 부활에 "무모한 계획" 반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연방정부의 사형 집행을 참관해야 하는 60대 승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 우려가 있다며 사형 집행을 중단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미국 선불교 승려인 세이겐 하트키마이어(68)는 연방 법무장관을 상대로 한 사형수의 집행을 중지해달라는 소송을 냈다고 2일(현지시간) N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사형수 웨슬리 퍼키는 1996년 16살 소녀를 성폭행 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언도받았고, 오는 15일 형 집행이 이뤄질 예정이다.

하트키마이어는 사형 집행 날 퍼키의 마지막 말을 듣고 영적인 휴식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소장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한 교정시설을 방문해 사형 집행을 참관할 경우 감염 위험이 있다며 자신이 폐 질환을 앓은 적이 있기 때문에 건강에 더욱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퍼키 사형 집행이 이뤄지는 인디애나주 테러호트 연방교도소에서는 코로나19 발병 사례가 5건이 있었고, 지난 5월에는 56세의 수감자가 사망했다.



하트키마이어는 사형 집행에는 전국 각지의 언론인을 비롯해 검사와 의료진, 교도소 관계자 등이 참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좁은 공간에서 적절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퍼키의 마지막 길을 안내하는 종교적 의무를 저버릴지, 감염 위험을 무릅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소송을 함께 낸 인권단체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은 성명에서 코로나19 유행 기간 사형 집행 부활은 "불타는 건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며 "정부가 무모하고 위험한 계획을 서둘러 추진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17년 만에 처음으로 사형 집행을 재개하기로 결정하고, 이달 중 퍼키를 포함해 사형수 4명의 형 집행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선 14개 주(州)가 자체적으로 사형 집행을 실시하고 있으며, 연방정부 차원의 사형 집행은 2003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0월 11명이 희생된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총격 참사 후 흉악범에 대한 사형 집행 재개 의사를 밝혔고, 법무부는 지난해 연방 교도소 복역 사형수의 형 집행을 진행하기로 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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