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법랑질의 '원자 세계', 처음 비경(秘境)을 드러내다
머리카락 1천분의 1 장방형 결정, 삐죽삐죽한 '돌산' 구조 형성
마그네슘 유발 스트레스, 치아 강화 가능성… 저널 '네이처'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인간의 몸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은 치아의 겉을 싸고 있는 에나멜(법랑질)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단단하고 질긴 음식을 씹어 넘겨도 치아가 견디는 건 모두 이 에나멜 덕분이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어린이는 10명 중 9명꼴로 충치가 생기고, 성인도 충치 환자가 절반을 훌쩍 넘는다.
이처럼 가장 흔한 만성 질환 가운데 하나인 충치를 제1 선에서 막는 것도 치아의 법랑질이다. 충치는 법랑질 표면이 과도한 산에 부식하면서 시작된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치아 법랑질의 정확한 미세 구조와 화학적·역학적 특성을 잘 알지 못했다.
마침내 미국 노스웨스턴대 과학자들이 치아 법랑질 구조를 원자 수준의 해상도로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이 발견은 장차 치아 법랑질 손상을 예방하고 복원하는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논문은 1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NIH 산하 '국립 치아 두개(頭蓋) 안면 연구소(NIDCR)'가 이 연구에 자금 일부를 지원했다.
원자 해상도로 법랑질 구조를 파헤치는 덴 약칭 STEM으로 통하는 '주사 투과 전자 현미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자빔을 물질에 조사해 원자 구성을 알아내는 첨단 기기다.
관찰 결과, 치아 법랑질은 인간 머리카락의 1천분의 1 굵기에 불과한 장방형 결정으로 구성됐다.
촘촘한 다발 같은 이 결정의 주성분은 칼슘과 하이드록실 아파타이트((hydroxylapatite)였다. 하이드록실 아파타이트((hydroxylapatite)는 인(phosphate)을 기반으로 하는 무기물이다.
연구팀은 '원자 탐촉 단층 촬영(atom probe tomography) 기술로 다른 원자 단위 구성 성분도 찾아냈다.
장방형 결정은 하이드록실 아파타이트 원자가 균일한 격자처럼 이어진 구조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격자 구조는 특히 결정의 중심부에서 점점이 어둡게 뒤틀린 것처럼 보였다.
이런 결함은 소수 구성 성분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그중 대표적인 게 마그네슘이다.
실제로 마그네슘 농도는 결정 중심부에 뚜렷이 나타나는 두 개의 층에서 특히 높았다. 결정 중심부에는 이 밖에 나트륨, 불소, 탄산염 등도 비교적 풍부했다.
연구팀은 마그네슘층이 형성하는 결정 중심의 뒤틀림이 부분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재료 과학에서 스트레스는 유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치아 법랑질을 구성하는 장방형 결정의 스트레스는 특히 법랑질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이런 스트레스는 또한 결정 중심의 용해성이 높아져 법랑질의 부식으로 이어진다는 전조일 수 있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더크 조스터 재료과학 교수는 "지금까진 법랑질의 벌크 구성만 알려져, 도시에 비유하면 특정 블록이나 가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몰랐다"라면서 "이번에 원자 탐촉 단층 촬영 등을 통해 훨씬 더 세부적인 데까지 보게 됐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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