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만큼 때린다'…홍콩보안법에 미중 보복전 가열

입력 2020-07-01 18:53
수정 2020-07-01 21:06
'맞는만큼 때린다'…홍콩보안법에 미중 보복전 가열

미중 비자 제한 맞불…美의 특별대우 박탈에 中, 미국 언론 제재

미중 정부 연일 강력한 보복 시사…"좌시하지 않고 조치할 것"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국의 강력한 경고에도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에 돌입하자 미중간 치열한 보복전이 이어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홍콩보안법 통과를 앞둔 지난달 말에 비자 제한이라는 제재 카드로 격돌했다.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전격 시행할 조짐이 보이자 미국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홍콩의 자치권 훼손과 인권 및 자유 침해에 책임이 있는 중국 관리들에 대해 비자를 제한한다며 압박을 가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미국 상원은 중국의 홍콩 자치권 억압을 지지한 개인과 기업에 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의 '홍콩자치법'을 만장일치로 가결하기도 했다.

그러자 중국도 이에 질세라 홍콩 문제에 악질적인 언행을 한 미국 인사들의 비자를 제한하기로 했다며 상응한 보복 조치에 나섰다.

이에 미국은 중국의 홍콩보안법 통과가 임박했던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 대우를 일부 박탈한다며 초강경 보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민감한 기술 등의 수출 시 중국에는 수출허가가 필요했는데, 홍콩에도 특별지위를 박탈해 중국과 같은 대우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에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지위를 보장해 왔다.

미국은 지난달 30일 홍콩보안법이 통과되자 중국의 대표적 IT기업인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통신업체 ZTE(중싱통신)를 미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공식 지정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 기업이 이들 회사의 신규 장비 구매나 기존 장비 유지를 위해 정부 보조금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된다.

미국의 공화, 민주당 의원 10여명은 30일(현지시간) 정치적 탄압이 우려되는 홍콩 주민들에게 난민 지위를 주는 '홍콩 피란처 법안'(Hong Kong Safe Harbor Act)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강력한 불만과 더불어 보복을 시사한 뒤 홍콩보안법이 시행된 다음 날인 1일 오후 중국에 주재하는 미국 언론사를 겨냥해 보복을 개시했다.

미국의 AP통신과 UPI통신, CBS, NPR 등 4개 매체에 대해 이날부터 1주일 이내에 직원과 재무, 부동산 등의 정보를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하면서 통제 조치를 강화했다.

이는 미국이 최근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 언론을 외국사절단으로 추가 지정하고 활동에 제약을 가한 데 대한 대응 조치이자 미국의 홍콩보안법 보복에 대한 역공의 의미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홍콩보안법으로 촉발된 미중간 보복전이 앞으로 가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과 관련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포기했다면서 철회를 촉구하고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성명을 통해 홍콩보안법 시행에 대해 "슬픈 날"이라며 중국의 독재 시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한 보복을 시사했다.

중국 또한 홍콩은 내정이며 국익의 핵심이라면서 미국의 이런 압박에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장샤오밍(張曉明)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부주임은 1일 홍콩보안법과 관련한 미국의 제재에 대해 "눈에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미국이 조치하면 중국도 반드시 반격할 것이고 관련 조치도 그때마다 계속 나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보안법 제정에 대한 미국, 영국 등 다른 나라들의 비판에 대해 "홍콩에 대한 간섭을 중단하라"면서 "중국은 외국의 내정간섭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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