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수출 개선됐지만…미·중 갈등에 2차 팬데믹 '첩첩산중'

입력 2020-07-01 11:50
6월 수출 개선됐지만…미·중 갈등에 2차 팬데믹 '첩첩산중'

정부 "석 달 만에 수출 회복세…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



(세종=연합뉴스) 조재영 윤보람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출 타격이 6월에도 이어졌다.

수출은 석 달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가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4~5월보다는 수출 지표가 개선된 점에 주목하며 주요국 경기가 회복되면 수출도 반등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 2차 팬데믹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고, 홍콩보안법을 둘러싼 미·중 무역갈등도 격화할 조짐을 보여 이른 시일 내 수출 개선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 6월 수출 실적 개선…"금융위기때와 달리 빠르게 회복"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작년 6월보다 10.9% 줄었다.

4월 -25.5%, 5월 -23.6%보다는 감소 폭이 둔화했지만, 이는 조업일수가 작년 6월보다 이틀 더 늘어난 영향이 크다. 실제로 조업일수 영향을 배제한 하루 평균 수출은 4월 -18.3%에서 5월 -18.5%로 여전히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은 2018년 12월부터 14개월 내리 감소세를 이어오다 올해 2월 3.6% 증가로 돌아섰으나, 코로나19 여파로 3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주요 품목들의 수출도 4~5월에 비해선 개선됐지만, 자동차(-33.2%), 철강 제품(-20.4%), 석유제품(-48.2%), 섬유(-22.3%) 등은 -20∼-40%대를 기록중이다. 20개 주요 수출 품목 중 14개가 마이너스다.

자동차는 주요국의 공장 가동률이 증가했지만,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재고 물량이 소진되지 못한 데다, 국내 생산 공장의 휴업 등으로 수출이 줄었다.

반도체도 5월 7.1% 증가에서 지난달 0.03% 감소로 돌아섰다. 데이터센터 운용업체들의 설비투자와 수요 강세 둔화, 스마트폰 업황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다만, 바이오·헬스(53.0%), 화장품(19.2%), 농수산식품(11.7%), 이차전지(1.4%) 등은 수출이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최대 수출국인 중국 수출이 6개월 만에 증가(9.5%)로 돌아선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됐다. 반면 미국(-8.3%), EU(-17.0%), 아세안(-10.8%) 등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산업부는 한국 수출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2008.11∼2009.10)와 달리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데 의의를 뒀다. IMF 외환위기(1998.5∼12), 저유가 시기(2015.1∼2016.7), 미·중 무역 분쟁(2018.12∼2020.4) 때는 장기간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이번에는 석 달 만에 개선됐다는 것이다.



◇ 미·중 갈등, 2차 팬데믹…수출 개선 '안갯속'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브라질 등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재확산하면서 '2차 팬데믹'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멀어지고 있다.

당초 하반기에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EU 등 주요국들이 경제 활동을 재개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경우 우리 수출도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현재로서는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홍콩 보안법을 둘러싼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하는 것도 수출 정상화의 걸림돌이다. 중국 정부가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자 미국은 홍콩의 특별무역 지위를 철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7월 수출 전망에 대해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진전되느냐, 주요국 경제가 얼마나 활성화되느냐에 따라 우리 수출도 영향을 받으므로 예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6월에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긴 했지만,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이 경제활동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소비가 회복 기미를 나타내면서 수출이 전월 대비 소폭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문 연구원은 "코로나19의 영향이 가장 컸던 2분기를 우리 수출의 저점으로 보기 때문에 하반기로 갈수록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제2 팬데믹이 현실화하거나 홍콩보안법, 미·중 무역합의 이행, 미 대선 등과 맞물려 미·중 무역갈등이 과거 관세 전쟁 수준으로 심화한다면 수출 회복 가능성이 작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fusionjc@yna.co.kr

bry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