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팬' 1년에 수입맥주 요동…'아사히' 매출 20분의 1로
日 아사히 맥주 3→12위 급락…'칭다오' 등 다른 수입 맥주 반사익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불매운동 '노 재팬'(No Japan)으로 지난 1년간 수입 맥주 시장이 요동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맥주를 넘어 어지간한 국산 맥주와도 자웅을 겨루던 일본 대표 맥주 브랜드 '아사히'는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매출이 20분의 1로 줄어드는 수모를 겪었고, 관련 업계는 무급 휴직 등을 도입하며 생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 품목별 소매점 매출액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맥주 시장 소매 매출액은 6932억1천900만원 규모였다.
이 가운데 오비맥주의 '카스 후레쉬'와 하이트진로 '테라'가 각각 2천685억5천200만원과 899억8천700만원으로 1·2위를 차지했다.
수입 맥주 가운데에서는 '칭다오'와 '하이네켄'이 382억5천100만원과 328억8천200만원으로 선두를 달렸다.
한때 수입 맥주 시장을 호령하던 아사히는 '스텔라 아르투와'와 '클라우드'에도 뒤진 22억6천600만원에 그쳐 12위를 기록했다.
아사히는 불과 1년 전인 2018년 4분기에는 458억8천400만원어치를 팔아 수입·국산을 통틀어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불과 1년 만에 순위가 폭락한 것은 물론, 매출이 95%나 사라진 것이다.
수입 맥주 '대장' 자리를 지키던 아사히가 무너지면서 다른 수입 브랜드가 톡톡한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도 조사됐다.
같은 기간 중국 맥주 브랜드 칭다오는 전체 순위는 4위로 동일했지만, 아사히의 빈자리를 파고들면서 수입 맥주 가운데 1위로 올라섰다. 분기 매출액 역시 322억6천500만원에서 382억5천100만원으로 약 18.5% 뛰었다.
벨기에 맥주 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와는 이 기간 조사 대상 순위권 밖에 놓여 있다가 지난해 4분기 10위에 안착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해를 넘어 최근까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일본으로부터의 맥주(HS코드 2203.0000) 수입액은 77만2천 달러(약 9억2천만원)에 그쳐 불매 운동 촉발 전인 1년 전 2018년 5월 594만8천 달러(약 71억3천만원)의 7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본 맥주 수입업체들은 저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생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아사히를 유통하는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해 12월 근로계약이 끝나는 계약직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하는 등 사실상 인력 감축에 착수했고, '삿포로'와 '에비스'를 들여오는 엠즈베버리지는 지난해 무급 휴직을 도입했다.
한 일본 맥주 수입업체 관계자는 "'노 재팬'이 장기화하면서 무급 휴직 기간이 길어져 주 4일제로 회사를 운영하는 중"이라며 "매출 회복 기미도 없어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직원도 나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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