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잘 안읽는 일일보고서에 러 미군살해 사주 첩보 있었나(종합)

입력 2020-07-01 08:16
수정 2020-07-01 09:39
트럼프 잘 안읽는 일일보고서에 러 미군살해 사주 첩보 있었나(종합)

'서면보고에 포함' 잇단 보도…백악관 "트럼프 보고 못받아" 극구 부인

민주당, 트럼프·참모진 맹폭…힐러리 "나라면 보고서 읽었을 게 확실"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 미군살해 사주 시도 첩보가 최소한 서면으로 보고된 정황이 미 언론을 통해 잇따라 보도됐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버티고 있으나 야당은 말이 안되는 소리라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면으로 이뤄지는 일일 정보보고를 꼼꼼히 읽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의 아프간 미군살해 사주 시도 관련 첩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소한 서면으로 보고됐다는 보도는 29일(현지시간) 연달아 나왔다.

CNN방송은 사안을 직접적으로 아는 미 당국자를 인용, 봄 언저리에 해당 정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일일 브리핑에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해당 의혹을 최초 보도했던 뉴욕타임스(NYT)도 정보당국의 2월 말 대통령 일일 서면 정보보고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이 2019년 초 러시아가 미군 살해를 사주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첩보를 인지했으며 당시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일일 서면 정보보고에 해당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을 내고 "최근 언론보도에 나온 주장이 정보당국에 의해 입증되지 않아서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이제) 보고를 받았다"며 정보당국 내에서 해당 정보에 대한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일 서면 정보보고서를 꼼꼼히 읽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정보당국이 서면으로 보고를 했어도 대면 브리핑만 보고라고 여길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이날 백악관으로부터 관련 브리핑을 받은 후 트럼프 대통령을 맹폭했다. 백악관은 전날 공화당 의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한 데 이어 민주당에도 브리핑을 했다.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은 "대통령의 푸틴에 대한 심취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러시아 성향 때문에 러시아의 미군살해 사주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대통령이 서면보고를 안 읽으면 참모들은 지금쯤 그걸 알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면보고를 읽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참모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어야 한다는 취지다.

시프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듣고 싶어하지 않을 것 같아 참모들이 보고하기를 꺼렸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 수장이 직접 하원에 관련 브리핑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의혹을 알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알았으면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맞수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가세했다. 그는 유명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트윗에 답하는 식으로 "나라면 빌어먹을 보고를 읽었을 거다. 확실하다"라고 트윗을 올렸다.

러시아의 미군살해 사주 의혹은 NYT 보도로 불거졌으며 워싱턴포스트는 이 때문에 아프간 주둔 미군 여럿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자국민이 위험에 처했다는 첩보를 확보하고도 행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여야를 막론하고 제기되면서 '제2의 러시아 스캔들'이 불붙는 양상이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