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서 총기폭력에 아이들 잇따라 죽어가도 정치공방만 무성
시카고서 생후 20개월·10세 어린이 잇따라 피격 사망
트럼프 대통령, 라이트풋 시장·프리츠커 주지사에 친서…라이트풋 "정치적 액션" 비난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에서 생후 20개월 된 아기와 열 살짜리 여자 어린이가 잇따라 총에 맞아 숨지는 등 총기사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급기야 지역 유력 언론이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 공방을 멈추고 서로 협력할 것"을 촉구했으나, 분위기 변화는 없다.
29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지난 주말(26일 오후 6시~29일 오전 5시) 시카고에서 65명 이상이 총에 맞아 최소 18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가운데는 10세 이하 어린이 2명이 포함돼있다.
신시어 개스턴(1·남)은 지난 27일 오후 2시께 시카고 남부 잉글우드에서 엄마가 운전하는 차의 뒷좌석 아기시트에 타고 있다가 옆 차선 차량에서 날아온 총탄에 가슴을 맞아 숨졌다. 개스턴의 엄마는 총알이 머리에 스치는 부상을 입고도 직접 차를 몰아 병원까지 갔지만 아기를 살리지 못했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개스턴 엄마가 운전하는 자동차 옆에 차를 붙이고 7차례 총격을 가했다면서 "개스턴의 아빠를 총격 목표 삼았던 것으로 보이나, 그는 차에 타고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아직 용의자를 검거하지 못한 상태다.
리나 누네즈(10·여)는 같은 날 밤 9시40분께 시카고 서부 로건 스퀘어의 아파트 건물내 소파에 앉아 있다가 창문을 뚫고 들어온 총탄에 머리를 맞았다. 그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곧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웃 주민들은 "폭발음을 듣고 처음엔 불꽃놀이를 하나 했는데, 골목을 내다 보니 두 남성 그룹이 서로에게 총을 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오발탄이 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카고에서는 앞서 지난 21일 미국 '아버지의 날'(Father's Day)이 끼어있던 주말 100여 명이 총에 맞아 최소 15명이 사망했다. 두 주 연속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총격이 벌어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라이트풋 시장과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에게 "시카고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명적인 총기폭력에 적극 대처해달라"는 내용의 친서를 보내 "연방 행정부 차원에서 대응책 마련을 기꺼이 도울 의사가 있다"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국적인 범죄율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나, 시카고의 총기폭력 실태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면서 라이트풋 시장과 프리츠커 주지사에게 "당신들의 리더십 부족이 당신들이 보호해야 할 주민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취약 계층에 대한 진실성 있는 관심 부족이 그들을 폭력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라이트풋 시장과 프리츠커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시카고 총기폭력 피해자들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즉각 반발했다. 라이트풋 시장은 "트럼프에게 리더십 강의를 들을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유력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은 28일 사설을 통해 "대통령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라이트풋 시장과 프리츠커 주지사는 지적을 모욕으로만 듣지 말고 연방정부 지원 제안을 적극 수용, 시카고를 더 안전한 도시로 만들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트리뷴은 "연방정부 지원을 받을 기회는 우선 잡고 봐야 한다. 화를 내며 비난할 일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라이트풋 시장은 29일 "트럼프 대통령의 시카고에 대한 관심 표현은 정치적인 행동일 뿐"이라면서 "트럼프는 대도시의 민주당 소속 시장들 특히 여성 시장을 흔들어 놓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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