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제리'가 살인교사"…미 연쇄살인마 45년 만에 범죄시인

입력 2020-06-30 09:54
수정 2020-06-30 09:57
"내면의 '제리'가 살인교사"…미 연쇄살인마 45년 만에 범죄시인

골든 스테이트 킬러, 사형 대신 종신형 받아들이며 유죄 인정

공소시효 지난 강간사건 50여건도 범죄 인정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1970∼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대에서 잔혹한 방법으로 살인과 강간 범죄를 저지른 희대의 연쇄 살인마가 45년 만에 자신의 범죄를 시인했다.

'골든 스테이트(캘리포니아주) 킬러'라는 별칭으로 널리 알려진 조지프 제임스 드앤젤로(74)는 2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법정에서 13건의 살인·강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이날 법정에 선 드앤젤로는 1975년 대학교수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1986년까지 이어진 13건의 살인·강간 사건에 대해 모두 범행을 시인했다.

AP통신은 "드앤젤로가 쉰 목소리로 '유죄를 인정한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내뱉었다"고 전했다.

40여년간 꼬리를 감춰오다 지난 2018년 유전자 족보 분석 기법으로 체포된 드앤젤로가 법정에서 과거 살인 행각을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드앤젤로는 사형 대신 가석방이 없는 종신형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자신의 범죄를 시인하기로 검찰과 합의했다.

이에 따라 드앤젤로는 검찰에 일종의 자백서를 제출했다.

그는 검찰에 '제리'라는 내면의 인격이 악마적인 범죄 행각을 부추겼다고 주장하면서 "나는 제리를 밀어낼 힘이 없었다. 제리가 이런 나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제리는 나와 함께 있었고, 내 머릿속의 제리는 나의 일부였다"며 "내가 그 모든 것을 저질렀고, 내가 그들(피해자)의 삶을 파괴했다. 이제 내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드앤젤로는 197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주에서 경찰로 일하면서 첫 살인을 저질렀고, 절도 사건에 연루돼 경찰을 그만둔 뒤에도 1980년대 중반까지 10여건의 살인과 50여건 강간, 120여건의 강도 행각을 벌였다.

검찰은 "드앤젤로에게 심판의 날이 왔다"면서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50여건의 강간 사건에 대해서도 드앤젤로가 범죄를 인정했다고 전했다.

이날 재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좁은 법정을 대신해 새크라멘토 주립대학 강당에서 열렸다.

투명한 플라스틱 얼굴 보호막을 착용한 드앤젤로는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출석했고,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벌린 채 검찰의 유죄 심문을 청취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수십 년 전의 끔찍한 악몽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쳤고, 드앤젤로의 법정 진술을 들으면서 몸소리를 쳤다.

1980년 드앤젤로의 살인·강간 범죄에 부모를 잃은 제니퍼 캐럴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다"며 "그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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