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홍콩특별지위 일부 박탈…미중갈등 한층 더 격화(종합2보)

입력 2020-06-30 10:57
수정 2020-06-30 17:37
미국, 홍콩특별지위 일부 박탈…미중갈등 한층 더 격화(종합2보)

홍콩보안법 발효에 보복…국방물자·첨단기술 수출중단

홍콩 금융허브 위상 위협…타격 제한적인 '상징적 조치' 분석도



(뉴욕·서울=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이상헌 신유리 기자 = 미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허브 홍콩이 자국으로부터 누려온 특혜의 일부를 제거하는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는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의 발효를 강행하는 데 대한 보복으로 그렇지 않아도 살얼음판을 걷는 미국과 중국의 긴장관계가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상무부는 29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보안법을 이유로 들어 자국 법률에 따라 보장하고 있는 홍콩특별지위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성명에서 "수출 허가 예외 등 홍콩에 특혜를 주는 미 상무부의 규정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로스 장관은 또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없애기 위한 추가 조치도 검토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에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지위를 보장해 왔다.

이 지위는 홍콩이 글로벌 금융허브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토대를 구축한 제도로 평가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이 일단 국방물자 수출 중단, 첨단제품에 대한 홍콩의 접근 제한 등 홍콩에 대한 특혜를 없애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2018년 4억3천270만 달러(약 5천200억원) 규모의 홍콩 수출품에 특혜를 적용했다.

이 중 대부분은 암호화 기술, 소프트웨어, 첨단기술 등 민간뿐만 아니라 군이나 치안당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품들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홍콩의 자유를 박탈하는 중국 공산당의 결정 때문에 홍콩 정책을 재평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부터 홍콩에 대한 국방 물자 수출을 중단하고, 홍콩에 대한 민·군 이중용도 기술의 수출 중단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가 지난해 홍콩으로 수출을 승인한 국방 물자 및 서비스 규모는 240만 달러(28억7천만원)에 달하며, 이 중 140만 달러(16억7천만원) 규모가 선적됐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이날 홍콩보안법을 통과해 홍콩주권 반환일인 내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중국의 홍콩보안법 처리 강행 보복 조치로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철폐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이번 홍콩특별지위 수정으로 카메라, 마이크로프로세서 같은 장비가 인권침해에 전용되는 것을 막으려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한 정부 관계자는 감시 장치로 쓰이는 이들 장비를 제한하는 것이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억압에 결정적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이번 조치가 상징적일 뿐이며 중국에 실질적으로 큰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홍콩이 미국의 대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2018년 기준)에 불과하며, 이중 국방 및 첨단기술 품목은 그 일부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NYT는 일부 다국적 기업에는 비교적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몇몇 반도체 기업들은 홍콩에 첨단기술을 수출하거나 공유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일부 다국적 기업은 홍콩을 중국과의 사업 거점으로 선택해왔으나 이제는 싱가포르를 포함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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