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지침 어긴 부자, 경찰 고문끝 숨져…'인도판 플로이드' 공분

입력 2020-06-29 08:24
수정 2020-06-30 15:39
봉쇄지침 어긴 부자, 경찰 고문끝 숨져…'인도판 플로이드' 공분

"상점 영업시간 위반한 부자, 경찰폭행에 직장출혈 후 사망"

누리꾼 "미국처럼 거리에 나서자"…인도 경찰폭력 문제 조명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인도에서 한 아버지와 아들이 봉쇄지침을 어겨 체포됐다가 경찰의 고문 끝에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공분이 일고 있다고 AFP통신 등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미국에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일에 빗대 '인도판 플로이드 사건'이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19일 인도 남동부 타밀나두주(州)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자야라지 임마누엘(59)과 베닉스 임마누엘(31) 부자는 허가된 영업시간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 지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봉쇄조치가 도입된 곳이다.

현지 당국은 이들 부자가 체포된 지 며칠 후 병원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이들의 유족은 정부에 서한을 보내 부자가 경찰로부터 가혹한 고문을 받고 직장 출혈을 겪다가 사망했다며 폭행에 가담한 경관들의 처벌을 촉구했다.

에다파디 팔라니스와미 타밀나두주 총리는 지난 24일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경찰관 2명은 직무가 정지됐다고 밝히며 "이 사건에 대해 법에 따라 조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로 지난주 타밀나두주에선 항의 시위가 벌어졌으며, 지난 24일엔 이 지역 상점들이 파업에 나섰다.

인터넷에서는 부자의 이름을 단 '자야라지와 베닉스에게 정의를'(#JusticeForJayarajandBennix)라는 해시태그가 확산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희생자들을 '인도의 조지 플로이드'라고 부르며 연예인, 정치인까지 가세해 관련 경찰들의 처벌을 촉구했다.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의원인 지그네시 메바니는 트위터로 "인도에는 조지 플로이드가 너무 많다"며 팔로워들에게 "미국처럼 인도인들도 거리에 나설 것인가"라고 물었다.

배우 크리스틀 드 수자도 트위터로 "조지 플로이드에 대해 우리가 요구했던 것과 같은 정의를 요구하자"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인도 주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그만큼 인도 내 경찰 폭력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도 국가인권위원회(NHRC)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18년 경찰에 의해 구류됐다가 사망한 사람은 3천146명에 이른다.

보고서는 평균적으로 매일 15건의 구금 중 폭력 사건이 보고되고 있으며, 24시간마다 9명가량이 구금 중 사망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인도에서 구금 중 폭력과 고문은 너무나 만연해있어 거의 일상적인 수준이 됐다"고 지적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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