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무장조직이 日선박 공격하면 자위대 무기사용'"

입력 2020-06-28 12:17
"日정부 '무장조직이 日선박 공격하면 자위대 무기사용'"

요미우리신문 "새로운 정부 견해…경고 사격 등 제한된 방식"

전투로 번질 가능성…'전쟁에 휘말린다' 비판 제기될 듯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정부는 중동에서 자국 선박이 이란 혁명수비대와 같은 외국 조직의 공격을 받으면 해상자위대가 무기를 사용해 보호할 수 있다는 새로운 견해를 정리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8일 보도했다.

기존에는 자위대가 선박 보호 활동을 위해 국가 혹은 국가 조직인 것이 명확한 상대에게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경찰권의 범위를 넘는 것이라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일본 정부 입장이었는데 국가나 국가와 유사한 조직을 상대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 범위를 넓힌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국 선적(船籍) 배가 해상자위대 호위함과 나란히 이동하면서 해상자위대의 관리를 받는 상태일 때 이란 혁명수비대와 같은 외국 조직의 공격을 받으면 자위대가 무기를 사용해 해당 선박을 보호하는 것이 정당방위 혹은 긴급피난에 해당하므로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상공을 향해 위협 사격(경고 사격)을 하거나 공격하는 선박과 일본 선박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등의 방식으로 공격하는 외국 조직을 격퇴하도록 방법은 제한적으로만 허용한다.

무기로 상대에게 위해를 가하면 전투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제한한 것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하지만 일본으로 운반하는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라도 선적국이 일본이 아니면 자위대가 이처럼 무기를 사용해 보호할 수 없다.

또 일본 선적이라도 자위대 호위함과 같이 있지 않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 새로 마련한 견해에 따라 보호 활동을 할 수 없다.

일본 정부는 국가나 국가에 준하는 조직을 상대로 실력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 9조에 따라 금지된 '무력행사'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자위대가 자기방어를 하는 것은 예외로 본다.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 참여한 자위대의 관리하에 있는 자를 무기를 사용해 보호하는 것도 자기방어와 마찬가지로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데 이를 일본 선박 보호에 적용한 것이다.

작년 6월 일본 해운회사 등이 운항하는 유조선이 자위대가 파견된 중동 해역에서 공격을 받자 '습격받은 일본 선박을 지켜줄 수 없다면 무엇을 위해 자위대를 파견하느냐'는 비판이 정부 안팎에서 제기됐다.

이번에 마련한 견해는 비판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자위대의 경찰권 행사에 관한 견해를 재검토한 결과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무기 사용 방식과 범위를 제한적으로 인정했다고는 하지만 민간 선박을 공격하는 무장 조직에 대해 자위대가 무기를 사용하는 경우 상대가 맞대응하는 등 전투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위대의 중동 파견과 임무 확대가 일본이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키운다는 비판이 야당을 중심으로 이미 제기된 점을 고려하면 무기 사용에 관한 새로운 견해에 대해서도 반발이 예상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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