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사태·동학개미 성공에 펀드→직접투자 '머니무브'

입력 2020-06-28 07:00
사모펀드 사태·동학개미 성공에 펀드→직접투자 '머니무브'

상반기 펀드 대규모 자금유출…증시 자금유입 가속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박원희 기자 = 거대한 자금이 펀드에서 빠져나와 직접 주식투자로 유입되는 '머니무브' 흐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상반기 '동학개미 운동'의 성공과 잇단 사모펀드 사태로 펀드 등 간접투자 수단에서 자금을 빼 직접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설정액 10억원 이상 펀드의 현황을 집계한 결과 지난 25일 기준 국내 주식형·혼합형·채권형 펀드 1천863개의 설정액은 총 86조5천427억원으로 연초 이후 12조9천717억원(13.04%) 감소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바닥을 쳤던 주가가 회복기에 접어든 3월 말 이후 최근 3개월간 순유출 금액은 15조2천472억원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그간 급팽창을 거듭해온 사모펀드에서도 자금 유출이 시작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투자 사모펀드에서 지난 3월 이후 넉 달 간 빠져나간 금액은 4조9천126억원에 이른다.

국내 투자 사모펀드에는 올해 1월(7천71억원), 2월(1조6천355억원)까지만 해도 자금이 순유입했으나, 3월(-1조4천662억원), 4월(-1조6천144억원), 5월(-1조4천271억원)에 이어 6월(-4천49억원, 25일 기준)까지 넉 달 연속 순유출로 돌아섰다.

이처럼 펀드에서 막대한 자금이 이탈하는 가장 큰 원인은 연일 터져 나오는 사모펀드 등의 대규모 손실 사태로 펀드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약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작년 우리은행·하나은행 등이 판매한 약 8천억원 규모의 해외 금리 연계형 사모 파생결합펀드(DLF)의 경우 금리 하락으로 일부 펀드의 원금 전액이 손실되는 등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의 투자성향 등 정보를 조작해 위험상품 투자 경험이 없는 고령층에게 DLF를 판매하는 등 불완전 판매 사례도 다수 확인돼 투자자 불신을 키웠다.

이어 국내 최대 헤지펀드인 라임자산운용이 1조6천억원 이상 판매한 펀드가 부실 펀드로 드러나 환매가 중단됐다.

이 밖에도 KB증권의 호주 부동산펀드, 신한금융투자의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신탁, 하나은행의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 개인간거래(P2P) 대출업체 '팝펀딩' 투자 펀드,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등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직접 주식투자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큰 성과를 내면서 펀드를 이탈해 직접 주식투자에 합류하는 자금이 한층 불어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26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31조5천676억원)와 코스닥(7조4천463억원)에서 총 39조139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여 상반기에만 40조원에 육박하는 개인 자금이 증시로 몰렸다.

개인 투자자의 코스피 하루평균 거래대금도 1월 3조1천861억원, 2월 3조7천20억원에서 3월 5조3천591억원, 4월 6조3천283억원, 5월 6조4천275억원, 6월 9조738억원(26일 기준)으로 폭발적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 증시가 연중 저점을 기록한 지난 3월 19일부터 지난 26일까지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코스피·코스닥 10개 종목의 경우 모두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내면서 평균 수익률이 71.38%에 이르렀다.

이 같은 '동학개미 대박'에 힘입어 증시 주변 자금은 지난 25일 현재 134조3천169억원으로 올해 들어 35조7천333억원(36.25%) 불어났다.

증시 주변 자금은 투자자예탁금, 파생상품거래예수금, 환매조건부채권(RP) 잔고, 위탁매매 미수금을 합한 것이다.

이중 언제든지 증시에 투입 가능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5일 사상 최대치인 48조2천68억원까지 부풀었다.

이후 일부 자금이 SK바이오팜 기업공개(IPO)에 따른 청약 증거금 등으로 이탈했지만, 25일 기준 여전히 46조3천393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지난 23~24일 진행된 SK바이오팜 공모주 일반청약에도 국내 IPO 사상 최대인 30조9천889억원의 증거금이 쏟아졌다.

대부분 증시 외부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은 하반기에 줄줄이 예정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대어급 공모주 청약 등을 고려하면 한동안 증시 주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처럼 풍부한 개인 투자자 자금풀이 당분간 개인 투자자의 활발한 증시 참여 추세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로 투자자들이 이른바 '중위험·중수익' 상품들이 실제로는 원금 전액 손실 가능성이 있는 '초고위험·중수익' 상품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문제가 된 일부 사모펀드들의 경우 투자자가 자금이 어디 투자됐고 얼마나 손실을 봤는지 등을 전혀 알 수 없는 불투명성, 환매 중단으로 투자자가 손절을 할 수 없는 비환금성, 난해한 상품 구조로 투자 손익을 파악하기 어려운 복잡성 등의 리스크를 투자자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주가 급락이 맞물리면서 차라리 투명성, 환금성, 직관성이라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상장 주식, 특히 대형 우량주가 가장 안전한 투자 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졌다"고 설명했다.

장 연구원은 "규제 강화 등으로 부동산 시장 진입장벽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가운데 동학개미 운동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20·30대 '스마트 개미'들이 강력한 증시 주도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어 앞으로 개인 투자자의 저변이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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