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사망 옛 소련지도자 흐루쇼프 아들, 사인은 머리 총상"

입력 2020-06-26 17:20
"미국서 사망 옛 소련지도자 흐루쇼프 아들, 사인은 머리 총상"

현지경찰 "외부침입 흔적은 없어"…1991년 미국 이주해 국적 취득

"아버지가 미국 국적 취득 지지했길…나는 조국을 버린게 아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이달 중순 망명지인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크랜스턴 자택에서 숨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의 아들 세르게이 흐루쇼프가 자연사한 것이 아니라 총상으로 숨진 것으로 25일(현지시간) 알려졌다.

크랜스턴 경찰 관계자는 이날 타스 통신에 "한 남성이 머리에 총상을 입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었다"고 확인하면서 "(현장에 도착했을 때) 세르게이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신고 전화는 부인이 했다면서 "철저한 조사를 벌였지만, 현재로선 범죄 혐의로 누군가를 입건할 계획은 없다. 사건은 종결됐다"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세르게이가 극단적 선택을 한 건지, 사고로 사망한 건지에 대해 "유족 존중 차원에서 이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 발표로 미뤄볼 때 세르게이는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로드아일랜드주에선 주민이 당국의 허가 없이 총기를 소유할 수 있다.

타스 통신은 현지 법의학 당국도 세르게이의 사망 원인을 머리 총상이라고 확인하면서 범죄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부인 발렌티나는 통신에 "세르게이의 사망에 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면서 상세한 사망 정황을 밝히길 거부했다.

AP 통신도 현지 경찰이 발렌티나의 전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나 세르게이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면서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과 범죄 혐의가 없어 조사를 종료했다고 소개했다.

세르게이는 앞서 지난 18일 크랜스턴의 자택에서 84세를 일기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세르게이는 스탈린 격하 운동과 동서 냉전 '해빙'의 주역인 니키타 흐루쇼프의 세 번째(일부에서는 두 번째로 주장) 아내 니나 쿠하르축에게서 태어난 아들이다.

공학박사로 로켓 엔지니어인 그는 소련이 무너져 가던 1991년 미국으로 이주해 크랜스턴에서 거주하며 현지 브라운대에서 미-소 냉전 역사에 대해 강의했다.

1999년 미국 국적을 취득한 그는 흐루쇼프 시대를 기술한 '초강대국의 탄생' 등의 저서를 출간하고, 1964년 반(反) 흐루쇼프 음모를 그린 영화 '회색 늑대'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세르게이는 미국 국적 취득 후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새로 태어난 느낌이다. 새 삶이 시작됐다"고 기뻐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선 1971년에 사망한 아버지 니키타 흐루쇼프가 자신의 미국 국적 취득을 지지해줬길 바란다면서 "어쨌든 나는 조국을 버린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부인 발렌티나는 세르게이의 장례식을 오는 10월 모스크바에서 열 것이라고 타스 통신에 전했다.

이오시프 스탈린의 뒤를 이어 소련 공산당 제1서기(1953~1964년)를 지낸 니키타 흐루쇼프는 1956년 제20차 당대회에서 스탈린의 개인숭배와 권력 남용, 집단처형 등을 강하게 비판하는 역사적 연설을 해 공산권 전체를 뒤흔들어 놓은 바 있다.

동시에 대외 정책에서도 서방과의 긴장 완화 정책을 취하면서 해빙기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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