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중블록 보복? 미 차관 "함께하면 불량배는 후퇴할 것"

입력 2020-06-25 23:55
수정 2020-06-26 10:35
중국의 반중블록 보복? 미 차관 "함께하면 불량배는 후퇴할 것"

크라크 차관 "미, 동맹과 함께할 것"…중국을 '방안의 800파운드 코끼리' 비유도

5G 기술 구입시 자금조달 지원 의향 피력…믿을 만한 회사로 '삼성'도 거론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25일(현지시간) 중국이 미국의 반(反)중국 경제블록에 동참한 국가에 보복할 가능성에 대해 불량배는 뭉칠 때 물러간다고 언급하며 단결과 연대를 강조했다.

크라크 차관은 이날 아시아권 언론과 한 전화 콘퍼런스에서 반중국 경제블록 구상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참여할 경우 중국의 보복으로부터 한국 등 다른 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크라크 차관은 "여러분 모두는 폭력배를 만난 경험이 있다. 폭력배는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때 후퇴한다"며 "특히 그들은 여러분 옆에 모든 친구가 있을 때 후퇴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중국을 '방 안의 800파운드 코끼리'라고 비유한 뒤 "사람들이 이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영어에서 방 안의 코끼리란 중요한 논쟁거리지만 아무도 선뜻 언급하길 원하진 않는 상황을 은유하는 말이고, 다른 사람의 권리에 상관없이 행동할 수 있는 강력한 사람이나 조직을 의미할 때 '800파운드 고릴라'라는 말을 쓴다.

그는 영국이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와 관련해 중국 장비업체 화웨이에 제약을 가하려 하자 중국이 영국계 HSBC은행에 역으로 위협을 가했다며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언급한 내용도 소개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우리의 동맹, 파트너들과 함께 서 있을 것이다. 영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돕기 위해 여기 있다'고 언급했다"며 "이는 어느 나라에도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크 차관은 중국이 보복한 예로 성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때의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권 문제를 지적한 미국프로농구(NBA)팀 단장, 호주 사례 등을 들었다.

그는 "우리는 정말 단결과 연대의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외교는 다른 나라들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도록 유혹하고 강제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하고 전 세계 정치 지도자들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EPN의 장기 목표로 ▲지속적인 성장 보장 ▲공정하고 호혜적인 협력과 신뢰원칙 ▲이에 필요한 경쟁의 장 마련 등 3가지를 제시한 뒤 "우리의 신뢰 원칙을 따르지 않는 국가들은 제외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어떤 나라도 영원히 제외되진 않는다. EPN은 EPN 바깥 국가와 협력하는 것을 막거나 선택하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EPN은 중국과 다른 나라 간 선택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크라크 차관은 이날 다른 국가가 중국 화웨이 제품을 피하도록 서방의 공급자들로부터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구매할 때 자금 조달을 도울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중국이 도청 등을 통해 감시국가로 확대되는 것을 화웨이가 도울 수 있다는 취지로 지적한 뒤 "우리는 이 위험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크라크 차관은 자금 조달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삼성을 믿을 수 있는 또다른 통신장비 공급업체로 꼽았다고 AP는 전했다.

미국은 화웨이에 각종 제재를 가하며 다른 나라와 통신회사들이 화웨이 통신장비를 구매하지 않도록 촉구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성명에서 "전 세계 시민이 중국 공산당의 감시국가 위험성에 눈을 뜨면서 화웨이에 등을 돌리고 있다"며 전 세계 최대 통신사 중 일부도 동참하고 있다고 한 뒤 프랑스, 일본, 영국 등과 함께 한국의 SKT와 KT를 꼽기도 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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