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화 위원장 전격 사퇴…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어떻게 되나
정부 "새 위원장 호선 뒤 일정대로 진행하겠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전격 사퇴를 표명함에 따라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 수립을 위한 공론화 작업이 더욱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재검토위가 호선 절차를 거쳐 새 위원장을 선출하면 공론화 작업을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지금 이대로는 탄력을 받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위원장은 24일 열린 재검토위 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데 이어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1년간 공론화 작업을 이끌어왔지만, 핵심 이해당사자인 탈핵 시민사회계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해 '반쪽 공론화'로 진행된 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공정한 의견 수렴이 힘들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2018년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준비단'을 만들었고, 지난해에는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주관할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를 꾸렸다.
현재 재검토위의 공론화 작업은 ▲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중장기 관리 방안 ▲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 내 건식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증설을 위한 논의 등 두 갈래로 진행 중이다.
당장 시급한 것은 맥스터 증설 논의다. 월성원전 내 맥스터는 이미 95.36%가 다 쓴 핵 원료 다발로 채워져 있어 2022년 3월 완전 포화를 앞두고 있다.
포화가 되기 전에 맥스터를 더 증설해야 하는데, 공사 기간을 고려하면 8월 중에는 착공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입장이다. 착공이 늦어져 다 쓴 핵연료를 보관할 곳이 없어지면 월성원전 2~4호기를 멈춰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는 맥스터 증설에 반대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맥스터 증설 여부에 대한 의견수렴을 주관하는 지역실행기구도 위원 구성의 대표성과 공정성 문제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원전소재지인 경주시 양남면 주민설명회는 찬반주민 간 격렬한 대립으로 세 차례나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다음 달 18~19일 예정된 지역 종합토론회도 찬반진영의 균형 있는 토론자를 확보하지 못해 공정한 의견수렴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이미 150명의 시민참여단 구성을 마쳤으며 오는 27일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다"면서 "일정대로 공론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중장기 관리 방안 공론화 역시 난항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탈핵 시민단체들은 재검토위 구성의 구조적 한계와 산업부에 대한 깊은 불신 등으로 위원회 운영 및 의견수렴 과정 참여를 전면적으로 거부해 파행을 거듭해 왔다.
전국 의견 수렴을 위한 시민참여단의 1차 종합토론회가 이달 19~21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균형 있는 토론을 위한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지 못해 7월 10~13일로 연기됐다.
이 사안의 핵심은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한곳에 몰아서 지을지, 분산할지, 짓는다면 부지를 어떤 방식으로 선정할지 등이다.
국민 안전과 환경 보호를 위해선 다 쓴 핵연료를 영구적으로 보관할 시설이 있어야 하지만, 국내에는 임시저장시설만 있을 뿐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은 없다. 탈핵 단체들은 영구처분시설을 짓는 것은 핵 원료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것인 만큼 아예 건설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정부 관계자는 "재검토위의 다른 위원들은 논의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분위기로, 위원회 차원에서 새 위원장 선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공론화 절차에 따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한 상황이어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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