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용기, 공중급유 중인 미군기에 근접 비행 도발"
대만 언론 보도…미중, 대만 사이 놓고 거친 힘대결
미중, 대만·남중국해 일대 '우발 충돌' 우려 고조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군용기가 대만 인근 공역에서 급유를 진행 중이던 미군 공중급유기와 대잠 초계기에 가까이 다가서는 도발적 기동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5일 대만 빈과일보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가 24일 대만 동남쪽 공역에서 미군 P3-C 대잠 초계기와 KC-135 급유기에 접근했다.
당시 P3-C 초계기는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바깥 공역에서 KC-135로부터 급유를 받던 중이었다.
미군 측은 다가서는 중국 군용기에 접근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빈과일보는 전했다.
아직 미중 양국 모두 이런 보도 내용이 사실인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이번 보도와 관련한 평론을 거부하면서 "국군(대만군)은 전 과정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군용기가 공중 급유 중인 미군기에 접근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제관례상 매우 비우호적인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공중 급유 중인 상대국 군용기에 예고 없이 접근하는 행위는 상대방이 무방비 상태에 있음을 포착해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과시하는 행동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만 동남부 공역은 중국 본토에서 매우 멀리 떨어진 공해 상공이라는 점에서 중국군의 행동은 전례 없이 공격적인 것으로 간주할 여지가 있다.
과거 중국 군용기가 미국 군용기나 함정에 위협적으로 다가서는 일은 자국 본토나 자국 영토로 주장하는 남중국해의 섬 일대에서만 더러 있었다.
장징(張競) 대만 중화전략학회 연구원은 빈과일보에 "중국의 의도는 미국 군용기의 정찰 및 공중급유 등 후방 지원 동태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데 있다"며 "원거리에서 미국 군용기를 구축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과시하고자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투기, 폭격기, 정찰기, 초계기 등 미군의 다양한 군용기들은 오키나와와 괌 일대에 산재한 미군 기지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미군의 공중 급유 활동에 위협을 가하는 것은 전략적 차원에서 미군 군용기들의 작전 반경 위축을 노린 공세적 활동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중국군의 이 같은 공세적 행위에 맞서 공중 전력이 우세한 미국이 향후 철저한 대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한 대만 공군 퇴역 장성은 "중공기의 미국 공중급유기 접근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면서 "미군이 향후 FA-18 등 전투기를 띄워 공중급유 작전을 엄호하면 중공군이 더는 경거망동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대만 인근의 바다와 공중에서는 중국군과 미군 사이의 긴장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중국군은 이달 들어서만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여섯 번 진입하면서 대만을 향한 노골적인 무력 압박을 가하고 있고 유사시 대만을 군사적으로 도울 수 있는 미국도 이에 맞서 B-52 전략폭격기 등 다양한 군용기를 대만 인근에 띄워 경고음을 내고 있다.
미중 갈등 격화 속에서 양국이 대만 인근과 남중국해 일대에서 우발적 군사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남중국해연구원은 23일 보고서에서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일대에서 전례 없이 군사력을 확대 배치해 미중 양국이 의도치 않은 군사 충돌을 벌일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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