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떠나도 보수판사는 남는다…트럼프, 200명째 지명 기록

입력 2020-06-25 07:09
대통령은 떠나도 보수판사는 남는다…트럼프, 200명째 지명 기록

오바마·부시보다 빠른 속도…"40여년만에 미 연방고법에 공석 없어"

대통령이 지명하고 종신제…법정공방 비화 핵심정책 관철 수단으로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해 상원의 인준을 받은 연방법관이 24일(현지시간) 200명이 됐다.

다른 대통령들보다 빠른 속도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핵심 정책이 법정 공방으로 비화하는 경우를 대비해 보수성향 판사들로 공석을 속속 채워왔고 이를 주요 치적으로 홍보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에 따르면 미 상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200번째 연방판사 지명자인 코리 윌슨을 플로리다와 조지아, 앨라배마, 텍사스 등 남부지역을 관할하는 연방고등법원 판사에 인준했다.

이로써 미 전역 연방고등법원에 공석이 다 채워지는 기록이 40여 년 만에 세워지게 됐다고 WP는 전했다.

미국에서는 연방법관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거치도록 한다. CNN은 이날 인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2명의 대법관과 53명의 2심 법원 판사, 143명의 1심 법원 판사, 2명의 미 국제무역법원 판사를 임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 두 번의 임기 8년간 334명의 연방법관을 임명했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340명,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387명을 임명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3년 반만에 절반 이상을 임명한 것이다.



이날 인준된 윌슨의 성향만 봐도 트럼프 대통령이 왜 그렇게 판사 지명에 속도를 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윌슨은 주 의원으로 활동할 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민주당 핵심인사를 거침없이 비판해왔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표적 국내 치적으로 꼽히는 건강보험제도 '오바마 케어'를 불법이라고 몰아붙였다.

사법부는 행정부와 독립돼 있기는 하지만 관할 법원에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 들어왔을 때 보수의 편을 들어줄 것으로 기대하며 지명하는 셈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측근 사건을 맡은 1심 법원에 연방고등법원이 사건을 기각하라고 명령한 것만 봐도 그렇다.

워싱턴DC를 관할하는 연방고법은 연방지법 에밋 설리번 판사에 대해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사건을 기각하라고 명령했다. 설리번 판사가 법무부의 기소취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을 끌고 가자 상급법원이 법무부의 판단 요청에 따라 제동을 건 것이다.

이 결정문은 네오미 라오 판사가 썼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임명한 인물이라고 WP는 소개했다.

연방법관이 종신제라 임명한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더라도 법관은 그대로 남는다. 특히 공화당은 총기소지 권리와 낙태반대 등의 어젠다에 민감해 사법부를 보수성향 판사로 채우는 걸 중시하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판사 지명 규모를 주요 치적으로 홍보해왔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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