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보편적 플루 백신', 복병 H3N2형 변이 급부상

입력 2020-06-24 16:50
수정 2020-06-24 17:04
갈 길 먼 '보편적 플루 백신', 복병 H3N2형 변이 급부상

후보 항체 중화작용 피하는 변이 여러 개 발견

미 스크립스 연구소, 저널 '사이언스'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인플루엔자(독감) 환자는 매년 수백만 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적어도 수십만 명은 목숨을 잃는다.

줄여서 '플루'(flu)로 통하는 독감이 아직도 이렇게 위험한 건 해마다 다른 변종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때문이다. 플루 바이러스는 실제로 종(strain) 간의 변이 속도가 빠르고 폭도 상당히 크다.

실제로 현재 사용되는 플루 백신은 특정 시즌에 한해 부분적인 방어력만 제공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세계의 많은 연구자가 이른바 '보편적 플루 백신' 개발에 매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많은 종의 플루 바이러스에 대해 bnAbs라는 중화항체를 폭넓게 유도해 장기적인 면역력이 생기게 하는 백신을 말한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학수고대하던 보편적 플루 백신 개발에 빨간불이 켜졌다.

과학자들은 장차 보편적 플루 백신이 될 거로 기대되는 2종의 후보 bnAbs를 집중적으로 시험하고 있다.

그런데 가장 흔한 아류형(subtype) 중 하나인 H3N2 형 플루 바이러스가 이들 후보 항체를 피하는 변종을 쉽게 만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H3N2 형과 함께 유행 빈도가 높은 HINI 형은 이들 후보 항체를 피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에게 유행하는 플루 바이러스는 대부분 H3N2 형이 아니면 H1N1 형이다.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의 이안 윌슨 구조생물학 교수팀은 23일(현지시간) 관련 논문을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지난 10년간 보편적 플루 백신 연구는 상당한 진전을 봤다.

윌슨 교수팀을 비롯한 몇몇 연구 그룹은 회복 환자의 혈액에서 다종 중화항체(multi-strain neutralizing antibodies) bnAbs를 찾아내 그 특성을 연구해 왔다.

하지만 유행하는 바이러스 종이 어느 정도로 변이를 일으켜 이들 항체를 회피할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이들 두 종의 bnAbs(CR9114, FI6v3)는,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로서 종간 변이가 일어나지 않는 헤마글루티닌(hemagglutinin)의 축(stem) 부분에 결합한다.

이렇게 되면 바이러스의 유전체가 숙주 세포 내로 침투하지 못하게 된다.

윌슨 교수팀은 헤마글루티닌 축의 아미노산 유형을 하나씩 바꿔가면서 어떤 변이가 생기는지 관찰했다.

여기에서 H3N2 형이 항체의 감염 차단 효과를 피하게 하는 단일 변이와 이중 변이가 여러 개 발견됐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윌슨 교수는 "보편적 플루 백신이나 보편적 치료법을 개발하려면 바이러스의 저항 변이를 더 어렵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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