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총리 동생 야당 입당…'형제의 난' 총선 선거판으로?

입력 2020-06-24 13:32
싱가포르 총리 동생 야당 입당…'형제의 난' 총선 선거판으로?

선친 유훈 놓고 형제 갈등…총선 출마 여부에 "곧 알게 될 것"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의 동생인 리셴양이 내달(7월) 10일 열리는 조기 총선을 앞두고 야당 입당을 공식화했다.

선친의 유지를 둘러싸고 2017년부터 진행돼 온 '형제의 난'이 총선 국면으로 무대를 옮겨 이어질지 주목된다.

24일 CNA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리셴양은 이날 오전 시내 한 시장에서 야당인 전진싱가포르당(PSP) 당수인 탄쳉보크 전 의원과 조찬을 함께 했다.

탄 전 의원은 1965년 독립 이후 줄고 집권해 온 여당인 인민행동당(PAP) 소속으로 제7대 대통령을 지내기도 했다.

탄 전 의원은 "리셴양에게 당원 카드를 주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얼마 전 입당했지만 이를 밝힐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리셴양이 내달 총선에 출마할지 여부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리셴룽은 어떠한 방법으로 당에 기여할지에 대해 "많은 방법이 있다. 그 방식들이 무엇일지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할지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그게 좋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에 대해 매우 빨리 듣게 될 것"이라고 말해 출마를 시사했다.

리셴양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PSP 지지 의사를 밝히는 동시에 탄 전 의원을 '진정한 지도자'라고 평가하면서 형인 리 총리와 정치적 대립각을 세워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리 총리와 리셴양 둥 두 동생간 갈등을 일컫는 이른바 '형제의 난'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싱가포르 국부로 추앙받는 리콴유의 장남인 리셴룽은 2004년 총리에 취임한 이후 국정을 무난하게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리 전 총리가 2015년 작고한 뒤 2017년에 선친의 유훈을 둘러싸고 리 총리와 남동생 리셴양, 여동생인 리웨이링 싱가포르 국립 뇌 신경의학원 원장 간 사이가 급격히 벌어졌다.

동생들은 리 총리가 '사후에 자택을 허물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어기고 이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면서 '왕조 정치'를 꿈꾼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리 총리가 아들인 리홍이에게 권좌를 넘겨주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자 리 총리는 동생 가족에 의한 유언장 조작설을 제기했고, 리셴양은 다시 국부펀드 테마섹 최고경영자이자 형수인 호칭이 선친의 문서를 절도한 의혹이 있다고 맞서는 등 양측간 갈등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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