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얼이네" 日재택근무 확산에 '온라인 갑질' 사회문제화
테레하라·리모하라 신조어 등장…소송에 대비한 보험 출시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상사가 온라인으로 부하를 괴롭히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새로운 근무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꼰대 상사'가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엿보이는 사생활에 간섭하는 등 부하 직원의 불쾌감을 유발하는 이른바 '테레하라' 혹은 '리모하라'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24일 실태를 전했다.
테레하라는 텔레워크(telework·IT 장비를 이용한 재택근무)와 해러스먼트(harassment·괴롭힘)를, 리모하라는 리모트(remote·원격)와 해러스먼트를 각각 합성한 것이다.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재택근무 중에 발생하는 고충에 공감하는 직장인이 많다는 의미로 보인다.
예를 들어 도쿄(東京)의 통신회사에 근무하는 한 여성(35) 사원은 화상회의가 끝난 후 화면에서 잠시 머물고 있었더니 남성 상사가 "나랑 인터넷으로 회식하고 싶어서 남아 있지, 마실래?"라고 권했다.
이 상사는 "오늘은 생얼(화장하지 않은 민얼굴)이네", "집은 방 하나에 부엌이 딸린 구조냐? 그 방에 지금 남자친구가 있는 거 아니냐"고 웃으며 말하는 등 성폭력을 발언을 반복하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여성 사원은 "살의(殺意)를 느꼈다. 평소에 성희롱 발언을 하는 인물이지만 화상회의를 하면서부터 더 잦아졌다"고 분노를 토했다.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한 남성(36)은 화상 회의 도중에 상사로부터 "아이가 시끄럽다. 조용히 시켜라"는 지적을 당했다.
이 남성의 아이는 한 살배기이고 부인도 재택근무 중이라서 아이를 돌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상사의 지적에 남성이 노트북을 들고 베란다로 이동했더니 "부인은 뭐 하는 거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마이니치는 "자택에 있으면 상사도 느슨해져서 부하의 사생활에 개입하기 쉽다. 1대1 화상회의는 주변의 눈길이 닿지 않아서 특히 온라인 갑질이 발생하기 쉽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소개했다.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응하는 비용 증가가 새로운 리스크가 됐다.
이런 가운데 도쿄카이죠니치도카사이(東京海上日動火災)보험은 재택근무로 인한 위험에 포괄적으로 대비하는 보험 상품을 최근 출시했다.
재택근무 중 온라인으로 괴롭힘을 당한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변호사 비용이나 손해배상금에 충당할 수 있도록 보상금을 제공한다.
또 사원에게 재택근무용으로 제공한 노트북을 통해 정보가 유출되는 경우 손해배상 비용도 보전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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