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대책 일주일]① 실수요자들 항의·청원…보완책 나올까
"규제지역 풀어달라", "전세 대출 규제하지 마라" 목소리 이어져
정부, 임대사업등록자 구제 방안 등 보완책 검토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법인을 활용한 투기 수요와 전세를 낀 무분별한 갭투자를 근절하는 내용의 '6·1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24일로 일주일을 맞았다.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초강력 규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실수요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날 오전까지 6·17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규제 조정·철회를 요구하는 60여건의 글이 접수됐다.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보도자료 게시 코너를 보면 6·17 대책 발표 자료는 조회 수만 14만 건을 돌파했고, 수백건의 항의성 댓글도 달려 있다.
청원 글이나 댓글은 수도권 전역으로 규제지역을 확대한 것에 대한 항의와 전세 대출 규제를 강화한 데 따른 문의가 주를 이룬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풍선효과 차단을 위해 새로 지정한 규제지역 가운데 미분양관리지역이거나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은 곳은 형평성에 맞게 지정을 취소하거나 조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많다.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등의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세금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번에 규제를 피해간 경기 김포·파주시에서는 대책 발표 직후 가격이 오르고 매물이 귀해지는 풍선효과가 발생하면서 이번에 규제지역으로 묶인 다른 지역의 불만과 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다.
현재 수도권 미분양관리지역인 경기 양주·평택·화성(동탄2 제외)·안성시, 인천 중구와 아직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2기 신도시인 검단·양주는 다른 규제지역과 동일 선상에 놓이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이번 대책을 통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단박에 중복으로 지정된 경기도 군포시와 안산 단원구, 인천 연수·남동·서구, 대전 동·중·서·유성구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사면 전세 대출 보증을 즉시 회수하는 조치와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 신청을 위해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요건 신설에 대해서는 선의의 피해자를 외면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가령, 전세 대출을 받고 전셋집에 살던 무주택자가 좋은 집을 찾아 집을 사려고 하면 전세 대출을 빼줘야 해서 결국 집 구매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반발이 나왔다.
재건축 조합원의 2년 거주 요건에 대해서도 직장 문제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 재건축 이후 거주 목적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한 경우 등 처한 환경이 모두 다른데, 일률적인 거주 의무화는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훼손하는 처사라는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책이 발표되고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시장에 끼치는 영향을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무주택 서민이나 실수요자에게 심리적인 불확실성을 키워 주택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책이 급하게 나오다 보니 지자체나 은행 등 현장에서의 혼선이 컸다. 당장 전세대출 규제나 토지거래허가제 등이 시작되는데 대책 내용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돼 업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속출했다.
국민들도 대책 내용이 정확하게 어떻게 실행되는지 알지 못했고, 이에 정부는 대책 내용을 거듭 설명하는 자료를 내야 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브리핑에서 6·17대책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을 언급하며 필요하다면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국토부는 재건축 조합원이 입주권을 받으려면 2년 실거주 의무를 부과한 것이 정부가 한때 권장한 임대사업의 사업등록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에 따라 보완책을 검토 중이다.
대책 발표 직후 풍선효과 대상 지역으로 떠오른 김포·파주에 대한 추가 규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실수요자와 투기 수요를 완전히 분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오는 시장 불만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라며 "선의의 피해자가 최소로 발생할 수 있도록 법안 개정 과정에서 예외 사례를 잘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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